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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뽕짝'으로 불리던 '트로트'가 언제부턴지 국민 애창곡이 된 느낌이다. 여기에는 모 종편 방송사 프로그램 영향이 컸다고 본다. 그동안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이젠 인생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 가사에 감탄한다. 게다가 퍼포먼스 위주 아이돌 노래와 달리 다양한 내용의 가사에 흠뻑 취하면서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매력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힘들어 하고 있다. 일상이 거의 멈춰섰거나 한순간에 바뀌어 버린 탓에 알 수 없는 불안과 충격, 공포와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 다행히도 트로트가 그들의 시름을 다독여주고 있으니 트로트계로 봐서는 뜻밖에 찾아온 기회이기도 하다. 음악을 하고 있는 필자와 같은 지역 연예계 종사자들은 크게 반길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방송 오디션에서 상위권에 진입한 가수들은 벌써부터 큰 인기몰이를 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제 이들을 지방 무대에서 보려면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성과 부작용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진정한 트롯의 맛은 살아온 삶이 묻어나는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살아온 연륜과 경험과도 비례한다.

그런데 오디션 상위권 가수들은 대체로 젊은 나이에 속한다. 그러기에 숙성된 감성을 표현 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기성가수 히트곡 위주로 불렀기에 가능했으리라. 시청자들은 이미 원곡 가수로 부터 받은 리듬과 노랫말 감성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쉽게 동화된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어린) 가수 분위기에 맞게 음정, 리듬, 박자 등을 편곡해 불러주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에 이들이 자신의 곡, 즉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로 경연을 했다면 대중 인기를 그만큼 얻을 수 있었을까 반문해 본다. 우리 지역 가수들이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 가수들의 설자리가 그만큼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지역 음악계 발전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해본다. 때문에 지역 가수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트로트 열풍을 마냥 기뻐 할 일만도 아닌듯해 아쉬운 느낌이 든다. 물론 수준 높은 음악을 향유하고자 하는 지역민 욕구에 대해 이런저런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지방화 시대를 부르짖는 취지와 기대에 다소 역행하는 일로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소 수준이 미흡하다 해도 지역 공연 발전을 위한 노력만큼은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픈 마음이다. 주민 삶에 신선한 활력이 깃들게 하는 힘은 오히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명도가 높은 전국구 인기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가수 무대 등장 횟수를 의무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도 거품 없이 롱런하려면 자신의 곡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지역 음악계에서도 가수의 자질과 재능, 무대 매너 등 진정한 실력을 통한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지역에 묻혀있는 재능인 발굴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소리꾼이 울산에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렇다. 굳이 거창하게 세계문화사 속 유명한 가문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기업도시인만큼 뜻있는 향토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역 연예인재 발굴에 나서면 더할 나위 없을 터이다. 아니면 지자체가 직접 발 벗고 나서 이들을 찾아내 키우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지역 가수들과 주민간 가교 역할로 이어져 '살아 숨 쉬는 지역문화, 살기 좋은 울산'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와 공연 등이 취소 또는 연기돼 그나마 어려운 지방가수들이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에는 무엇보다 지역 가수들에 대한 시민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굳건한 버팀목이 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지만 숨은 노력 끝에 봄꽃이 활짝 필 날이 올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역 가수들의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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