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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없이 야생동물들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나?'라고 자문하면서 든 몇 가지 생각을 옮겨본다.

미세먼지가 줄었다고는 해도 도로 옆에서 매연도 마셔야 한다. 또 동물은 항시 체온 유지를 위해 먹고 쉬어야 하지만 올라가는 기온도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몸에 내성(耐性)을 키우거나 서늘하고 맑은 공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 늘 먹던 것을 먹을 수 있다. 기후변화 속도는 내성을 키워 적응하는 것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다. 동·식물은 10년마다 6.1㎞씩 북쪽으로 이동하고 6.1m씩 산 정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울산은 신석기시대부터 동물이 많았던 모양이다. 반구대 암각화 바위 그림 중 45점이 육지 동물 그림이다. 호랑이, 멧돼지, 사슴, 여우, 늑대 등이다.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 사슴은 새끼를 배고 있거나 데리고 있는 장면, 호랑이도 함정에 빠져 있는 장면이나 새끼를 밴 모습이다.

호랑이 사냥도 했던 모양이다. 강제 점령했던 일제가 나쁜 동물로부터 구제한다는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명목으로 마구 잡았다. 마지막으로 경주에서 잡혔다는 호랑이가 생각난다. 호랑이는 국가가 나서서 사냥하면서 멸종됐다. 바위 그림에 있던 동물 중 표범, 늑대, 여우, 사슴도 멸종됐다. 사슴, 반달가슴곰, 사향노루는 보신(補身) 문화가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여우는 멸종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다. 전문가들은 쥐약 놓기 운동이 한국전쟁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밀렵과 전염병 쪽이 더 유력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이처럼 근대화 이전까지 멸종은 국가적 사냥이나 보신 문화에 의한 밀렵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외 농촌 돌담이 사라지면서 쥐를 잡아 집을 지켜주던 구렁이, 능구렁이, 남생이도 멸종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우리는 인구조사를 하면서 사람과 반려동물을 같이 조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보호법, 야생동물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이 보호받고 있다. 그런데도 멸종위험에 내몰리는 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야생동물의 공간으로 사람이 영역을 넓히면서 생육공간도 먹이도 부족하게 됐다. 먹이 구하러 대낮에 민가로 자주 내려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로드킬 된 고라니, 수달, 너구리를 자주 만나게 된다. 차 속도에 기대 스치는 차창 밖 보기 흉한 풍경으로 순간 지나치고 만다.

한편, 태화강 환경이 나아지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수달이 강변 산책하는 시민 눈에 관찰되고 있다. 그런데 멸종위기종 2급인 노란목도리담비는 겨울철 야생동물 모니터링하면서 민가 토종벌통을 습격하거나 새 둥지 습격을 위해 두서, 범서 민가로 오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1986년부터 인간 생활과 거리를 두고 있던 회야댐이 연꽃 습지를 여름 한 철 개방할 때 들어가 보았다. 고라니 3~4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뛰고 머리 위로 말똥가리들이 맴돌았다. 습지에는 흰뺨검둥오리, 왜가리들이 한가롭다. '생태계 평화 지대'임을 알게 했다. 이 평화지대는 인간 아닌 그들이 만들었다. 이 광경을 시민들에게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자연관찰도 하면서 그들의 삶을 티끌만큼도 방해하지 않고 흔적도 없이 왔다 간 손님처럼 말이다.

멸종된 야생동물 면면을 보면 그때는 참 흔했다. 공기나 물처럼 말이다. 우리는 늘 고통을 느껴야 귀한 줄 안다. 우리에게는 생태계 고립을 풀어 평화를 그들에게 주는 실천이라는 숙제를 늘 안겨주고 있다. 창밖 나뭇가지에 많이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는 참새 떼나 박새 울음소리가 남다르게 들리는 봄날이다. 저들이 누려왔던 평화가 내일도 모레도 지켜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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