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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투표를 했다. 하지만 울산의 민심은 달랐다.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춘 민심의 절묘한 조정기능이 울산에서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일부터 13일여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국회의원 선거는 끝났다. 이제 선거로 인한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힘을 모을 때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당선자 측은 낙선자 측에 위로를 보내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 치열했던 선거전 갈등의 골을 허물어야 한다. 패자가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맞선다면 그것은 또 다른 지역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뛰어들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경합을 벌인 낙선 후보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과열 혼탁 선거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큰 사고 없이 선거가 치러진 점에서도 다행이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자를 위해 혼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한 선거운동원들의 노고도 컸다. 본디 선거라는 게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어서 낙선의 아픔과 실의가 큰 법이지만 최선을 다해 정책과 비전을 알리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지고, 위로했다는 점에서도 후보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당선자들은 자신을 국회로 보낸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울산시민들이 당선자를 선택한 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채찍의 의미가 있다. 지역의 문제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정치전문가들의 진단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당선자 스스로가 선거운동기간을 통해 피부로 느꼈듯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는 어느 때와 다르다. 새로운 정치라는 표현이 다소 관념적일 수 있지만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민생을 살피는 정치에 대한 기대가 많다.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는 다름 아닌 정략과 이념을 떠난 정치다. 진영논리로 구태를 되풀이하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와 함께 당선자들은 울산시민의 대표로 국회에 나가 국가적 중대사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동시에 울산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이번 선거기간 동안  격전의 와중에서 갈라지고 해진 민심을 아우르고 어루만지는 일이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굳은 표정을 풀고, 상생의 화합을 선언해 마음 상한 이들을 달래야 한다. 

한국사회를 두고 외국의 어느 학자는 무슨 구실만 있으면 언제라도 싸움판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는 나라라고 했다. 서로를 향한 적의가 너무 깊다보니 한 발짝만 물러서 생각하면 얼마든지 넘어갈 일도 충돌 없이 삭아지지 않았다. 그러고도 무엇 하나 성취되는 것이 없다. 합일점을 찾을 수 없는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은 구조다. 또 여기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집단이나 개인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잘된 것은 저들 차지고 잘못된 것은 상대방으로 떠넘겨버린다. 이것이 우리를 끝도 없는 나락으로 모는 주범이다. 21대 총선을 치른 지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벌써부터 갈등의 전운이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처럼 불법선거니 개표조작이니 하는 식의 반발은 크게 줄었지만, 국민의 선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조작된 여론으로 선거에 패배했다며 울분을 토하는 세력까지 여전히 산존해 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본래 정치수준인지 모른다. 자신의 슬픔도 추스르기 힘든 상태에서 지지자들 상처마저 위무해야 하는 낙선자가 마지못해 하는 승복 인사말을 민심의 척도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먼저 이들 낙선자와 그를 지지했던 국민부터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당선자들은 당선의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과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은 민주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요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기간이 짧았지만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특히 일부 지역구의 경우 과열양상에 고소고발전이 난무해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심했고 치열한 승부처도 있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동안 선거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 다툼을 하거나 그럴듯한 명분과 낯빛으로 '전리품'을 탐하는 주변 사람들이다. 이들을 과감히 물리치지 않으면 출발부터 한발 짝도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선거란 모름지기 '국정의 심부름꾼'을 뽑는 절차다. 지금부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심부름하겠다는 포부를 실천에 옮길 차례다. 국론분열과 정쟁의 지루한 정치를 끝내고 민생과 서민을 살피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믿고 뽑아 준 유권자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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