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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가 2차 '온라인 개학'한 16일 울산 북구 염포초등학교에서 6학년 1반 교사가 학생들과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초·중·고교가 2차 '온라인 개학'한 16일 울산 북구 염포초등학교에서 6학년 1반 교사가 학생들과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둘째날은 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니까 스케줄에 다이빙을 끼워 넣는건 어때?"
"좋아"
학생들이 쌍방향 원격으로 진행되는 모둠 활동에서 화면상으로 보이는 팀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6학년 19명 팀 나눠 과제 발표
'줌'활용 실시간 쌍방향형 소통
대부분 스마트 기기 조작 잘해
주변 소음·영상 끊김 등 지적도


16일 온라인 개학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1반 사회 수업 시간. 이반 학생 19명은 여행사 운영진이 되어 고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총 4개 모둠으로 나뉘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스케줄을 만들어 내보는 수업을 받고 있다.

장정주(33)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는 주제를 제시했고 학생들은 모둠별로 숙박과 식사, 관광 등을 조합한 스케줄을 만들어냈다.

# 학년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 고심
각 모둠은 팀원들만 소통할 수 있는 화상토론방에서 의견을 나눴다. 수업은 화상회의서비스 '줌'(Zoo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형으로 진행됐다.
교실수업 이었다면 모둠별로 삼삼오오 모여 책상을 붙여 앉아 토론을 벌였을 테지만, 초등학교의 온라인 개학이 확정되면서 이날 랜선을 통해 첫 등교한 학생들은 원격으로 모둠 활동에 참여했다.
이 학교를 포함해 울산지역 초중고교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집에서 스마트기기로 새 학기 수업에 참여하는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염포초는 전날 총선 투표소로 운영돼 방역작업을 벌인 이후 오후 1시부터 온라인 개학에 돌입했다.
토론과 과제 제출에 15분의 시간을 부여한 교사는 수시로 조별 토론방에 들어가 "잘하고 있나요?", "계속 대화하면서 진행하세요" 등의 말로 독려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교사의 주의나 당부를 잘 이해하고 따르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과제 발표 때도 학생들은 조별로 작성한 여행계획표를 보며 의견을 밝히는 등 수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원격교육모델학교'로 지정돼 원격수업을 2주가량 준비했던 이 학교의 첫 수업이 원활히 이뤄졌다.
다만 면대면 수업 수준의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수업 주제나 자료를 전환할 때 생기는 잠깐의 틈에도 학생들의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뭐지" 등의 혼잣말이 수시로 끼어들었고, 학생의 집에서 나는 다른 대화 소리 등이 교사가 설명하는 음성을 방해하기도 했다.
조별 수업이 시작되자 한 학생은 "제가 3조인데 (다른 곳인) 여기 있어요"라며 조 배치가 잘못된 사실을 알리고, 교사가 수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약간의 영상, 소리 끊김 현상은 있었지만 크게 지장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장 교사는 "애초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때 '초등학생이 따라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막막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이 잘 따라오는 것 같다"면서 "6학년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 조작에도 대부분 능숙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현재로선 장정주 교사 1명이다.  장 교사는 염포초 교사 등을 대상으로 쌍방향 원격수업 가이드 영상 등을 제작해 안내할 예정이다.
장 교사는 "연세가 있으신 선생님들께서는 쌍방향 수업이 익숙치가 않으셔서 당분간 콘텐츠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연수 등으로 차츰 쌍방향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 울산 e학습터 접속 차질 등 140건 문의
그는 "교실에서 수업할때는 1대 1 지도도 가능했는데 원격으로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잘 따라오는지 딴 짓은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때가 많다"며 "아무래도 오프라인 수업을 따라가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간  이 학교 5학년 3반 교실에서는 담임 박기영(33) 교사의 EBS 온라인클래스 수업이 진행됐다.

박 교사는 본인이 직접 만든 국어 수업 콘텐츠를 온라인클래스에 게재해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진행 도중 댓글로 반 아이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소통을 이어갔다.

그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고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든다"며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과제를 사진을 찍어 제출하라, 한글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안내했더니 집에 한글 프로그램이 없는 아이들도 있어 과제 방식을 바꿨다"고 했다.

이어 "이달 초부터 학부모님, 학생과 상담을 통해 수업 진행 방식, 과제 제출 등 대화를 나눠 아이들에게 맞는 수업 방식을 찾고 있다"며 "처음보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는게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교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마다 다양한 원격수업의 방안을 공유하고, 장기화 될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 관계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울산지역 초등학교 4~6학년 3만3,235명, 중학교 1~2학년 2만1,886명, 고등학교 1~2학년 2만1,109명 등 총 7만6,230명이 온라인개학했다.
앞서 지난 9일 중학교 3학년 9,858명, 고등학교 3학년 1만243명 등 2만101명이 개학해 총 9만6,331명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울산교육청이 운영하는 원격수업지원센터에는 이날 낮 12시까지 e학습터 접속 차질과 영상 재생 오류 등으로 140건의 문의가 이어졌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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