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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사측에 간접적으로 제안했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대란의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독일식 위기돌파 해법을 모델로 삼아 노·사·정이 일자리 지키기에 합심해야 한다"며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지난달 31일로 만료된 임금협약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며 "수출시장 붕괴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현대차도 이 같은 위기협약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 해법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한국 노사정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노사 간 협의에 따르면 지난달 체결해야 했던 올 임금협약을 연말로 연장해 사실상 올 임금을 동결했다. 대신 회사 측은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 나눠 분할 지급하고 근로자 1인당 350유로의 기금을 적립해 조업단축으로 생계가 어려운 근로자를 우선 지원했다.

노조가 회사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며 이러한 독일 사례를 제시한 것은 올해 상반기 안에 시작할 임금교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특히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과 투쟁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 사례를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노조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감이 줄어 수당 감소나 고용 대란이 올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 집행부가 지난해 노조 선거에서 '실리·합리'를 내세워 당선됐기에 가능한 변화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조는 고용 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노조는 당장 다음 달 노사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인기 차종을 여러 공장, 라인에서 나눠 생산하는 '병행생산'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 조합원들의 일감이 줄어 수당 감소나 고용안정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노사는 아반떼를 2009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3공장과 2공장에서 병행생산 한 바 있으며, 지난 2015년부터 투싼을 5공장과 2공장에서 병행생산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당장 임금 동결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들이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며 올해 3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감소한 30만 8,500여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증권사들은 당초 올해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을 1조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7,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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