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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에 수수꽃다리 꽃이 피고 사월인데, 모란도 활짝 피어 꽃 피는 시기가 많이 빨라졌습니다. 생태환경이 심각해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며 사람에게는 위험하고 답답한 환경이 몇 달간 계속되고 있지만, 지구환경에는 큰 도움을 줘서 대기 오염이 크게 향상됐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이 재난을 슬기롭고 빠르게 극복해서 깨끗한 지구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2003년 푸른책들에서 나온 이준관 시인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입니다. 출간된 지 오래됐지만, 제가 동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읽었던 책이고 초등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라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 열 줄짜리 봄의 시

가랑비야, 풀밭에 나가 놀아라.
바람개비야, 눈이 핑핑 돌도록 돌아라.
꽃향기야, 아이들의 코에서 코로 날아다녀라.
수다쟁이 물총새야, 마음껏 수다를 떨어라.
귀여운 머리핀아, 예쁜 갈래머리 위에서 우쭐거려라.
앉아만 있는 의자야,
새끼 곰처럼 어기적, 어기적 걸어 다녀라.
송아지야, 초승달만큼만 뿔이 돋아라.
웅덩이야, 흙탕물은 튀겨도 좋으니
오리처럼 동당거려라.

이 시집의 제목을 먼저 읽어보며 제목만으로도 시가 되어 추억여행으로 행복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내가 채송화처럼 조그마했을 때/들길을 달리다/내 귀는 앵두꽃처럼 작아서/어려운 문제를 못 풀어 쩔쩔매는 나에게/수다쟁이/나는 생각이 많아요/ 우리는 열 살/열 줄짜리 봄의 시/따사로운 봄볕/민들레꽃/눈송이와 꽃씨/꼬불꼬불 길처럼/달팽이처럼 조그만 아이/입을 달싹달싹/나는 몰랐지/조그만 발/조금, 조금 높게' 중에 가장 먼저 읽은 시는 '열 줄짜리 봄의 시'입니다. 마침, 봄비가 가랑가랑 내리는데 꽃은 피었어도 마음이 겨울을 거닐던 제게 따스한 봄을 가득 안겨주며 새끼 곰처럼 어기적, 어기적 걸어 다니고 싶게 만든 시입니다.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표제작인 위의 시를 읽으면 꽃밭에서 채송화와 봉숭아, 맨드라미, 나팔꽃을 키우던 어릴 적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여러분께서도 어릴 때는 많은 집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짜 집을 가지기 위해 우리 마음에서 사라져간 꽃밭과 마당, 푸른 들판과 하늘, 바다, 별, 골목길 등 많은 집들이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되살아났습니다. 여러분도 마법 같은 이준관 시인의 동시집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를 읽고 소중했던 내 집을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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