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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에서 구충당 선생의 동상 이전 문제가 장소를 놓고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본질은 철장문화의 완전한 복원인데 지엽적인 문제가 주 이슈가 된 느낌이다. 구충당 이의립은 울산의 철기 문화를 복원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분의 동상을 적절한 위치에 이전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달천 철장의 완전한 복원 문제를 생각하면 부분적인 일인 것도 사실이다. 

북구는 구충당 선생의 동상 이전을 이달 말까지 이전 완료 계획이었지만, 후손회가 사전 협의를 거쳤던 위치가 아닌 새로운 장소를 거론하면서 시일이 늦춰지고 있다고 한다. 북구에 따르면 현재 북구청 광장에 위치한 구충당 이의립 동상을 달천철장 내 복원실험장 인근으로 옮길 예정이었다. 이 사업은 그간 쇠부리축제가 근대철기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북구청 광장에서 진행돼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높았던 만큼 철장 문화의 복원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한다. 달천철장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선생의 동상을 옮겨 축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구충당 이의립 선생은 조선 중기 제철산업의 선구자로 북구 달천산에서 무쇠광산을 발견하고 제련법을 터득해 양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의 부국강병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북구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월 중순께 이 선생 후손회와 현장협의를 진행해 동상 이전 위치를 논의했으며, 지난 3월 울산시에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울산시는 지난 2일 북구청으로부터 위치 변경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며, 북구는 사업비 500만 원을 들여 오는 25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손회 측에서 당초 논의됐던 장소가 아닌 달천철장 내 광장 일대로 이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여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동상의 이전이 아니라 달천철장을 어떻게 복원하고 철기문화의 정체성을 어떤식으로 울산의 문화원형으로 정립해 나가느냐에 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울산과 한반도 철기문화의 관계다. 울산은 한반도 철기문화의 심장이다. 그 증좌가 달천철장이고 불매질로 노동요로 이어진 유전인자가 울산의 땅과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 석탈해로 시작된 울산의 철기문화를 이야기하며 아이언로드의 복원을 주장하면서 달천철장 일대는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되는듯했다. 제철역사관과 체험관, 전시관, 쇠부리축제장 등이 만들어지고 시베리아와 일본을 이어주는 아이언로드를 만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무지한 문화재청과 복지부동의 행정은 시늉만 하고 페인트칠만 두루뭉술하게 발라버렸다. 울산의 달천철장은 그렇게 함부로 분칠할 장소가 아니다. 한반도 철기문화의 원형이자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철기로 융합된 인류문화의 보물창고다.

철장은 철의 원료인 토철이나 철광석을 캐던 곳을 말한다. 울산의 달천철장은 그 기원이 무려 기원전 2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문헌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후한서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철기문화는 중국 한나라 이후 중국대륙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울산 달천 철장의 야철장 등 유적 발굴 이후 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놀라운 철기유적이 고스란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달천철장과 울산공업센터는 2,0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그 살아 있는 증좌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올해 초 북구가 달천철장 수직 갱도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북구는 올해부터 달천철장에서 쇠부리축제를 열기로 한 만큼 이와 연계해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수직갱도 복원이라는 콘텐츠를 내놨다. 이 작업은 수직 갱도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발 가능성을 조사하는 용역으로 총 6만8,104㎡ 규모로 진행되며, 오는 12월까지 이뤄진다. 북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달천철장의 수직 갱도를 복원, 개방해 그 위상을 알리고자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구는 달천철장 내에는 울산쇠부리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달천철장 관리시설'을 지난해 개관해 달천철장의 역사와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역사자료 등의 전시물과 수직갱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을 갖췄다. 철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지하에서 채굴했던 장소임을 알리기 위해 스노우볼 형태의 모형도 설치했다. 이제 수직갱도를 복원하고 구충당 선생의 동상도 옮기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이왕이면 구충당 동상을 더해 이의립 선생이 복원한 울산의 철기문화와 그 원형을 역사관 형태로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기초자치단체인 북구가 부족한 예산으로 어렵게 진행해오다 보니 철기문화 복원의 확장성에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울산시가 여기에 힘을 실어야 한다. 울산이 산업수도라는 이름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끈 주역인 만큼 울산시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달천철장을 울산의 대표적 문화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노력에 집중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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