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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상 된 울산국가산업단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조 작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울산시는 온산, 울산·미포 국가산단 2곳이 생산 중심이고, 대기업에만 쏠린 수동적인 산업구조로 미래형 신산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뜯어고치기로 했다. 

울산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사업 공모에 도전해 국가 지원을 끌어내고, 시 자체적으로도 노후 거점 산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 조언 그룹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울산은 70년대부터 최근까지 '산업수도'로 일컬어지며 국가 경제를 견인했다. 이 배경에는 자동차, 조선, 화학 등 3대 주력업종이 자리 잡은 국가 산업단지 2곳이 자리잡고 있다. 1974년부터 울주군 온산읍 일대 2,047만5,000㎡(619만4,000평) 규모에 비철금속, 정유·유류 비축, 펄프 화학 등 중화학 공업 분야 기업 327개사(고용 1만5,695명)가 가동 중인 온산 국가산단이 하나다. 이 산단에는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에쓰오일, 대한유화, 고려아연, LS니꼬동제련, 한국제지 등이 있다. 석유화학 기업이 63.2%인 114개사, 철강 33개사(28.6%), 목재·종이 2개사(2.5%)가 있다. 다른 하나가 1978년부터 남구와 동구 북구 일대에서 조성된 울산·미포 국가산단이다. 이곳은 4,559만4,000㎡(1,379만2,000평) 규모로 석유정제, 화학, 자동차, 조선 등844개사(고용 9만1,395명)가 입주해있다.

울산·미포 산단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에너지, 롯데정밀화학, 태광산업 등이 있고, 온산 산단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 기업이 194개사(48.8%)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자동차 102개사(36.0%), 조선 37개사(10.1%)다. 2019년 기준 온산 산단은 생산액 42조1,000억 원, 수출액 161억4,000달러, 울산·미포 산단은 생산액 114조9,000억 원, 수출액 424억6,000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들 산단은 입주 업체 수로는 울산 전체 산단의 67%를 차지하지만, 생산액과 수출액은 96.6%와 97.2%로 막대한 비중이다.

울산시는 국가산단에 있는 석유화학, 석유정제, 조선기자재 등 울산 주력산업의 집적도가 우수하고 광역도로망, 철도망, 항만 등 인프라도 우수하지만, 미래산업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는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노후 산단의 안전문제도 늘 도사리고 있다. 안전문제는 결국 안정된 도시발전을 저해하고 산업단지의 미래에도 걸림돌이 된다. 울산공단의 경우 석유화학, 석유정제 산업이 많아 위험 화학물질 취급 비율도 높지만, 산업시설이 노후화하고 안전관리 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안전한 산단 관리에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도사리고 있다.

온산 국가산단 화학물질 취급량만 1,773만9,000t으로 전국의 9%나 차지하고 화재·폭발 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산업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산단 2곳 건축물 중 50%가량은 20년 이상이나 됐고, 나머지 상당수도 건물 연령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다양한 안전사고가 있었다. 특히 공단의 폭발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안전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다. 이 때문에 울산시와 산업계는 해마다 안전분야 정책으로 재난안전 통합관리, 재난취약분야 중점 안전관리, 자연재난 방재기반 및 대응역량 강화 등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시에서는 원전 및 국가산단 안전관리 강화와 시민안전 문화확산 및 소방안전 인프라 확충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안전지수 취약분야 개선과 재난 위험시설물 안전관리 강화, 지역 축제·행사 안전관리, 계절별 자연재난 대응체계 확립에 나서고 있다. 공공시설물 내진보강과 지진방재연구센터 추진, ICT 기반 재난예경보 및 민방위 경보시스템 현대화도 구축 중이다.

문제는 울산공단의 안전과 구조적 조율은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안전문제는 구조적 조정이나 기반시설 재정비 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안전한 공단의 여건이 없다면 어떤 투자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행정의 안전도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안전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우선과제다. 이에 대한 보다 세심한 현실적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무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이 제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예산의 지원이 보다 내실화되고 안전시스템도 촘촘히 살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시 정부의 지원이다. 

울산이 지난 반세기 이상을 대한민국 산업 수도로 여러가지 역할을 해온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안전한 공단과 미래를 위한 공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울산공단의 미래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밑그림을 그리고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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