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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말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그 말속에는 따뜻함과 느긋함이 들었습니다. 따뜻하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도 가고, 물론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 저는 더 즐겁고 행복합니다. 오늘은 성환희 시인의 동시집 '놀래 놀래'를 책장에서 꺼냈습니다.


# 빗방울의 여행

무섭지?
무섭지?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혼자가 아니니까

똑~똑 한 방울씩 떨어진 빗방울들이 함께 강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가다보면 흙덩이도 만날 테고, 돌덩이도 만날 테지요.
"더 뭉치면 돼!"
물방울들은 똘똘 뭉쳐서 흙덩이든, 돌덩이든 두려움 없이 뛰어넘어 강에 도착하겠지요.
함께 하면 무엇이든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맞게 된 우리 생활의 변화도 나 혼자 겪어야 할 일이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 함께 겪는 일이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기꺼이 동참하는 겁니다. 

# 이어달리기

혼자서 가기 힘든 길
조금씩 힘을 합해요

민에게서 건네받은
진의 바통
나에게 와서
연에게로 가요

함께 이어가는 길
흥겨운 길
팔다리도 춤을 춰요

운동회나 체육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대체로 이어달리기를 합니다. 이어달리기의 순위에 따라 우승과 꼴찌가 정해집니다. 선수들은 바통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지만 바통을 떨어뜨려 일등이 꼴찌가 되기도 합니다. 이어달리기는 네 명의 선수가 힘을 합쳐야 되는 일입니다.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통을 건네받을 때 실수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길도 이어달리기와 같습니다. 혼자서 가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나와 함께 걸어갑니다. 동반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남편이, 자식이, 친구가, 종교가, 시가 바통을 건네며 함께 걷고 있습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 분리수거 하는 날

매주 토요일 07시부터 08시까지
관리실 앞 공터에서 만나요

어떤 친구들은
벌써 달려 나올 준비를 하고
05시부터 모여들지요

솜이불, 고무장갑, 유리컵, 도자기……들
모래 자루 속으로 숨어들기도 해요

커다란 자루에 담기는 일은
찌그러지고 찢겨지고 낡은 것들이
다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일

마음은 청춘인데 하릴없이 세월은 흘러 중년의 끝자락에 도착한 자신을 봅니다. 어쩌면 찌그러지고 찢기고 낡아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시작해보지 않은 꿈을 향해 나아가리라 다짐합니다. 함께 가는 이들이 있기에 힘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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