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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불황을 넘기 위해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사상 초유의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울산지역 실물경제 붕괴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물가가 3개월간의 상승을 접고 마이너스대로 주저앉았고, 소비와 투자는 급감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지난달 지역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집값 상승률도 사실상 '0%'대로 떨어지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올 4월 울산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3%, 전월 대비 0.6% 각각 하락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마이너스 물가에서 벗어난 지 5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물가로 돌아간 셈이다.

울산의 물가 하락은 전월 대비 공업제품(-1.4%), 특히 석유류(-9.4%)가 주도했는데, 보합(0.0%)을 기록한 전기·수도·가스를 제외한 농축수산물(-0.3%)과 서비스(-0.2%) 물가도 줄줄이 떨어졌다.교육비와 에너지, 주택관리비, 미용료 등 생필품으로 묶인 생활물가는 전월 대비 1.3% 하락했으나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은 0.4% 올랐다. 게다가 교육, 교육, 의류·신발 등 지출목적별 품목은 거의 예외 없이 내렸고, 품목성질병 물가도 상품, 서비스 모두 하락했다.

물가에 이어 울산의 산업 활동도 위축 분위기가 역력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내놓은 올 3월 울산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을 제외한 소비와 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울산의 제조업 생산은 기계장비(-16.3%)와 화학제품(-2.6%) 등은 줄었으나 자동차(11.3%), 석유정제(11.6%) 등에서 늘어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생산은 선방했다. 하지만 대형소매점을 중심으로 한 소비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29.9% 감소했고, 투자 부문의 건설수주도 61.3%나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 것은 울산의 집값이다. 2017년 봄에 시작된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2년 6개월 간 하락했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반등해 올해 3월 초순까지만 해도 주간 평균 0.1%대의 상승률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 확산이 절정에 이른 3월 중순부터 상승률이 0.1% 아래로 떨어진 뒤 3월 마지막 주에는 0.02%로 상승률이 급격히 둔화됐다. 급기야 4월 첫 주에는 -0.01%로 추락했고, 지난달 내내 상승률은 0.03%~0.04%로 바닥권이었다. 특히 남구와 북구를 제외한 중구와 동구, 울주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보합(0.0%)과 역상승을 반복하는 불안한 시황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파에 기업경기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해 4월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경기실사지수(BSI)는 51로 전월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 업황BSI는 42로 전월 대비 4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업황BSI가 1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수요 감소로 주요 업체들이 가동률을 내린 영향이 컸다. 제조업의 5월 업황전망BSI도 코로나19 장기화에 세계 경제 위축이 예상되면서 전월보다 13포인트 떨어진 48로 추락했다. 비제조업의 업황전망BSI는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전월에 비해 3포인트 오른 51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실물경제 침체 등의 영향으로 울산의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하락하자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전문가들의 상황 인식은 엇갈리고 있으나 주력산업 침체에다 물가와 집값 하락이 동반되는 점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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