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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지역에서 민간주도로 실시되는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찬반투표가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민간주도의 주민찬반투표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지난달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여부를 결정할 시민참여단을 모집하는 등 사실상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재검토위가 경주 월성핵발전소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추진하면서 울산시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기로 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울산 북구의 경우 월성원전으로부터의 거리가 경주 중심부보다 더 가까운 곳으로 어떤 결정이든지 울산 북구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 때문에 북구주민들은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주민투표관리위)'를 출범했다. 정부로부터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과 관련해 주민투표 청구서를 거절당하자 지역민들 스스로가 직접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셈이다. 주민투표관리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주민투표일과 주민투표 방식을 확정하고, '주민투표 실시'를 공고했다. 관리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사전 투표를 시행한다. 온라인투표는 다음 달 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되며, 본투표는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 이뤄진다. 

투표 구역은 울산 북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투표권자는 만 18세 이상(2020년 6월 7일 이전 출생자)로 한다. 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실시 공고를 지난 2일부터 울산 북구 주요 지점에 현수막과 공고문으로 부착하고 있다. 위원회는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성·반대 운동단체 등록 공고도 했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에 찬성운동단체나 반대운동단체로 등록하면 △투표용지 찬반 게재 순위 추첨에 참여 △관리위 주관 설명회의 설명자 참여 △주민투표 안내 공보물 발송 시 홍보물 제출 가능 △주민투표 참관인 참여 권리가 주어진다. 이들은 북구민들에게 주민투표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오는 12일 주민투표 설명회, 20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민투표 과정은 사실상 정부의 울산 홀대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발이 출발점이었다. 울산지역 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는 정부의 재검토위원회가 경주에서 처리장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성명서를 내고 "울산시민 배제한 경주설명회 중단하라"면서 "모든 주민에게 의견 묻는 북구 주민투표로 맞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재검토위원회는 월성핵발전소 기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에 거주하는 울산시민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으면서, 울산 북구보다 더 멀리 떨어진 경주 시내권 의견수렴과 주민설명회는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 정책을 스스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일방적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을 수용할 수 없으며, 표본으로 뽑은 소수의 시민참여단이 아닌, 모든 주민이 참여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법적 효력이다. 주민투표법 제8조 1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해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정해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는 주민투표법에 따른 것이 아닌 민간 주도 주민투표로, 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합법성을 떠나 주민드르이 의사결정 참여 여부에 있다. 원전 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건설 문제는 인근 지역주민의 삶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한다는 것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중요한 원칙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핵발전소 행정구역상 주민들만 자격있는 주민들로 간주하고 울산북구 주민들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방사능의 위험은 결코 행정구역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 북구 주민을 비롯해 120만 울산 시민, 월성원전 주변 반경의 많은 주민들은 이번 문제와 관련한 직접 당사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핵심은 절차상의 합리성이다. 어떤식으로든 해당지역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이를 배제한 것은 앞으로 또다른 갈등을 유발할 불씨를 살려놓는 셈이다. 당당하게 처리시설의 안정성을 밝히고 국가대계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런 공론화 절차 없이 울산지역 주민들을 소외시키는 정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금이라도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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