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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대형 화재 사건이 터지고 있다. 경북 안동과 강원도 산불에 이어 이천 물류창고 화재까지 반복되는 사고는 원인도 비슷하다. 정부는 사고가 터지면 또다시 사과하고 대책을 이야기한다. 딱한 노릇이다. 계속되는 대형 화재에 안전을 외치던 정부도 면목이 없게 됐다. 불만 나면 전국의 지자체가 공공시설이나 다중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에 분주한 형편도 반복되고 있다. 

봄철의 화재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건물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상당수의 다중이용시설들이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물을 뿜어 주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비상구 유도등조차 없다고 한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산업 현장엔 항상 화재·폭발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다.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사고가 나고 대형참사가 빚어지면 우리는 언제나 안전을 외치지만 여전히 우리의 안전의식은 낙제점이다. 우리의 안전의식이 언제쯤이면 달라질지 의문이다.

울산의 경우 석유화학공단도 문제지만 다중집합시설이나 공공시설의 안전의식 부재는 놀라울 정도다. 유통시설의 비상구는 이미 창고로 변했고 극장 나이트클럽 등은 화재에 무방비상태다. 중구의 한 다중집합시설은 비상구는 고사하고 출입구가 미로찾기처럼 돼 있어 대형사고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대형 건물에서 실제로 화재가 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비상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신속하게 출구를 찾아 대피하려면 평소에 훈련을 해두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차례 반복된 화재사고의 교훈이다. 그런데도 울산에서는 실질적인 대피 훈련은 눈 뜨고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이후 울산 남부소방서는 19일까지 지역 58개 창고 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점검은 용접 작업 등 화기 취급 시 안전 교육 실시 여부와 임시 소방시설 설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다. 점검 대상은 창고 시설 23곳, 위험물 시설 15곳, 공사 중 시설 20곳 등이다. 남부소방서는 점검에서 최근 화재 사례 전파를 통해 관계자의 안전 의식을 높일 계획이다. 또 임시 소방시설 유지·관리 철저, 근로자 인명 대피 숙지 교육, 작업 시 화재 예방 안전 수칙 준수, 위험물 저장 취급 전 안전 컨설팅, 119안전센터와 연계한 합동 소방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방침이다.

물류창고 이외에도 봄철은 산불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하는 시기다. 무엇보다 한번 발생한 산불은 봄철의 계절적 특징상 대형 산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봄철 산불의 특징을 수십 미터 높이의 '불기둥'과 하늘을 나는 '도깨비불',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고 숨은 '잔불'로 요약하고 있다. 도깨비불이란 불씨가 바람 등을 타고 날아다니는 비화 현상을 말한다. 잔불은 특히 소나무 숲의 경우에 발생하는데 불이 완전히 진화된 듯 보여도 바람이 불면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산불은 벌거숭이산에 사방공사와 식목을 하고 40∼50년간 울창하게 키워낸 소나무 숲을 일시에 파괴시킨다. 수많은 소방대원들과 소방차가 동원되고, 산불진화용 헬리콥터가 동원되는 것이 요즈음의 산불진화 모습이지만, 진화가 쉽지 않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의하면 토양유출은 산불발생 후 2년까지는 매우 컸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해 3∼5년 후에는 산불 이전과 유사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많은 복구 작업의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산림생태계가 산불 이전수준까지 되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어류 3년, 수서무척추동물 9년, 그리고 개미류 13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의 외형은 산불 후 20년 이상 경과해야 이전 70∼80% 수준으로 회복되고 하층식생도 풍부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조류도 비슷한 시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돼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만큼 산에 오르는 인파는 이번 주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나 구·군이 이번 주말 각별히 산불 대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다. 최근 10년 동안 울산에서는 산불 210건이 발생해 413㏊가 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 290㏊(2.9㎢)의 1.4배에 이르는 규모다. 산불은 무엇보다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불은 주로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봄철과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불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산림 피해뿐 아니라 생태계·환경파괴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산불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무엇보다 철저한 대비가 관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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