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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되자마자 위기가 찾아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어제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34명 늘어난 총 1만874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환자 가운데 해외유입은 8명에 그쳤고, 지역사회 감염은 26명이다. 특히 서울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폭증하는 추세다. 서울(12명)은 물론, 경기(6명), 충북(2명), 제주(1명) 등 전국 각지에서 클럽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순차적 개학도 연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 범위를 평가해 봐야 하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ㆍ주점을 방문했다가 서울·인천·경기 등지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판정 전에 백화점, 콜센터에서 근무하거나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파악된 것과 관련해 이들이 또 다른 전파자가 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울산에서도 4명이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울산의 경우 부산, 제주 등과 달리 이태원 클럽 방문자 4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태원 클럽 사태 같은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두 달 넘게 시행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일상생활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일주일 만에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난 주말 울산지역의 경우에도 그동안 운영 중단됐던 공공시설은 물론 민간 시설들도 단계적으로 문을 열어 활기찬 주말을 보냈다. 이제 곧 등교수업도 시작되고 공공시설의 완전한 개방도 이뤄질 태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본적인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회식이나 모임, 외출 등 일상생활을 허용하기로 한 취지는 방역의 성공을 자신하기보다는 억압된 일상과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정부의 완화된 조치로 가장 달라지는 것은 무엇보다 일선 학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두 달 넘게 닫혔던 학교 문이 이번 주부터 열리게 된다. 입시일정을 고려해 고3 학생들부터 13일에 첫 등교 수업을 시작하고 나머지 학년은 세 차례로 나눠서 등교 일정이 조정된다. 교육부와 중대본은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는 만큼,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중단했던 등교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고2 이하 학년의 등교는 이달 20일부터 하기로 했다. 고3 학생들의 경우 학기 초에 이뤄졌어야 할 진로·진학 상담이 너무 늦어졌고, 대입 수시모집용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를 빨리 채워야 하는 등 이유 때문에 등교 시기를 당겼다. 

교육부는 "교원·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고3이 우선 등교하는 방안에 교원의 76.9%, 학부모의 85.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는 고학년부터, 초등학교는 저학년부터 등교를 시작한다. 20일에 고2·중3과 초 1∼2학년이 등교하고, 27일에는 고1·중2와 초 3∼4학년이 등교한다. 마지막으로 6월 1일에 중1과 초 5∼6학년이 등교한다. 유치원도 20일부터 문을 연다. 유치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도 하지 않은 채 휴업 중이었는데, 원래 개학일인 3월 2일 이후로 79일 만에 개학하게 됐다.

문제는 등교수업이 시작되는 시점에 또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울산은 해당지역이 아니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할 일은 아니다. 이미 경험했든 코로나19 사태는 일정 지역의 일이 아니라 금방 전국적으로 문제가 확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결국 하나의 생활권인 전국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이제부터는 무엇보다 우리들의 자세에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을 수 있다. 지난 두 주 동안의 느슨해진 우리 방역실태는 어쩌면 이제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압된 생활을 해 온 탓에 여기에서 벗어나고픈 시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방역에 이완된 자세를 보일 경우 또다시 코로나19 창궐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이 지역사회로까지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답이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도 시설의 방역이나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모임 인원수 조정 등 기본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등교개학이 시작되는 이번 주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차단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는 자율적으로 기본수칙을 지키게 하는 유인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시민들은 스스로 방역 최일선에 있다는 자세로 생활 방역에 보다 철저한 생활화를 지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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