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가 전국 최초로 시민들이 구매하는 책값을 다시 돌려주는 획기적인 독서문화 진흥 시책을 시행한다. 책값 돌려주기 사업으로 명명한 이 시책은 독서문화 확산이 첫째이지만 지역 서점의 상권 살리기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책은 시민들이 책을 구입해 읽고 울산도서관에 책을 주면 책값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이 골자다. 

시민 한 명이 한 달 동안 2권까지 책값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구입한 책은 4주 안에 울산도서관에 내면 된다. 대신 울산시는 책을 사거나 책값을 받을 때 모두 울산 페이를 이용하고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사랑상품권 종류인 울산 페이는 모바일 상품권 형태다. 또 대형 서점이 아닌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울산서점협동조합과 관련 협약도 체결한다. 조합에는 63개 서점이 등록돼 있다. 울산시는 올해 책값 돌려주기를 시범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예산 1,500만 원을 편성했다. 독서 문화 확산과 함께 인터넷 서점, 대형 서점과 비교해 경영이 어려운 영세 지역 서점을 도와주기 위한 취지여서 단순한 독서권장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울산시는 이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 책값 돌려주기 사업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울산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도 만들었다. 책값 돌려주기 사업이 공직선거법 논란이 생길 수 있어 법과 조례 등의 근거를 두면 문제가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을 따랐다. 이 사업은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는 도입한 곳이 없고,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책값 돌려주기 사업을 시범 운영하면서 문제점 등을 보완해 내년에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울산시가 올해 시행을 근거로 내년에는 시·군·군가 운영하는 지역 공공도서관 19곳에서 모두 책값 돌려주기 사업을 추진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또 시민이 책값을 받고 반납하는 책이 비슷한 종류가 많을 경우 지역에 있는 179곳에 이르는 작은 도서관에 나눠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책 읽는 도시는 미래가 밝다. 울산발전연구원에서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이미 오래된 보고서이지만 울발연 김상우 박사의 지역서점 자생력 제고방안이라는 보고서는 의미가 있다. 김 박사는 이 보고서를 통해 울산지역 서점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점의 대형화 및 온라인화로 2005년 이후 울산지역에 영업 중인 서점 절반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39개소에 달하던 울산지역 서점이 현재 70여 개소로 2005년 대비 40% 이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서점 수는 줄어들었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들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서점 당 면적은 2005년 대비 증감률이 109.7%로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프렌차이즈 서점이 입점하고 서점들이 크고 넓게 자리 잡았지만 울산인구 1인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에 9.4권이던 것이 2017년 7.8권으로 줄어들었다.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 14.4권에서 2017년 15.9권으로 소폭 상승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울산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서점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울산시민의 도서구입비는 △5만 원 미만이 38.4%로 가장 많았고, △5만~10만 원 미만이 33.0% △10만~15만 원 미만이 15.2%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지역서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휴식공간과 시설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도서보충(21.8%) △할인율·적립금 혜택(17.4%) △다양한 이벤트 개최(10.3%) 순으로 나타났다. 

울발연은 '지역 서점의 자생력 제고방안'으로 △지역서점 운영자들에 대한 서점운영교육 △독서동아리 운영 및 네트워크 지원 △지역서점 공간 리모델링 △울산지역서점 축제 개최 등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또 "시민이 서점에서 신간을 구매해 읽은 후 반납하면 도서관이 직접 시민에게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면서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서비스는 지역서점의 신간 소식 및 도서관의 구매예정 도서 정보를 연동하기 위한 도서정보 클라우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울산의 독서문화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울산지역 학생 1인당 장서 구입 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사서 배치율도 최저 수준이다. 딱하다 못해 자괴감까지 든다. 책이 미래이고 도서정책은 그 도시의 내일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각종 모바일 정보통신 기기와 영상이 각광받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효용성은 우뚝하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울산시가 몇 해 전부터 독서문화에 힘을 쏟고 각 자치단체가 북페스티벌을 여는 이유는 바로 미래의 울산을 위한 투자다. 이번 울산발 책값 돌려주기 사업이 울산의 독서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