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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원전 인근 지역 동맹(전국원전동맹)이 원자력 안전 교부세 신설 등 관련 정책 입법화를 위한 활동에 본격적인 팔을 걷었다. 울산 중구를 중심으로 결성된 원전 인근 지자체 12곳의 '전국 원전 인근 지역 동맹'은 지난해 첫발을 내디뎠다. 방사능방재법 개정 이후 원전 인근 지자체들의 업무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에 비해 지원 관련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그 문제의 폭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 첫째 과제가 원전 교부세 신설이다. 원전 교부세는 원전 인근 거주 280만 주민이 환경권을 침해당해 온 것에 대한 보상과 방재 계획 등 원전 인근 지자체가 감당해 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에도 30개가 넘는 유사법안이 상정됐으나 지역별 입장차가 크고 전기세 등 급격한 인상이 우려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사안이다. 전국원전동맹은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해 원전 교부세를 신설하면 원전 인근 지자체별로 매년 300억 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지원금 법령 개정은 정부가 2014년 방사능방재법을 개정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전 소재지에서 인근 지역으로 확대했으나, 발전소주변지역법이나 지방세법을 개정하지 않아 원전 인근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느끼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제기됐다. 전국원전동맹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지원금은 4,340억 원 정도로, 대부분 원전 소재 5개 기초지자체에, 일부는 지방세법에 의거 원전소재 광역지자체에 지원됐다.

이와 관련 전국원전동맹 집행부는 어제 경남 양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간담회를 열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원자력으로부터 지역민 보호 방안, 정부 원전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전국원전동맹 측은 김 의원에게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원전 인근 주민 요구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원전동맹은 김 의원이 올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에 공동 서명했고, 정부 원전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향후 원전 정책 입법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원전동맹은 원전 소재 지역과 비교해 국가 지원과 환경권 보호에서 소외된 원전 인근 지역이 정부 원전 정책에 참여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2014년 방사능방재법 개정 이후 국가 사무는 원전 인근 지역까지 확대됐으나 인력·예산은 지원되지 않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해 원전 인근 지자체마다 매년 300억 원씩 교부세를 줘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울산의 경우 부산보다 원전의 위험성이 큰 지역이다. 아래에 고리원전이 위치해 있고 위로는 월성원전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한 환경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월성·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근 지역에서 최대 72만여 명의 사망자와 최대 1,019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가정이긴 하지만 원전 피해가 예상보다 광범위한 것이어서 울산 시민들에게는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원전의 안정성을 문제 삼아 지원금을 더 받아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전동맹의 활동에 대해 관계자들은 "울산을 비롯한 원전 인근 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해왔다"며 "여기에 비상계획구역의 확대로 원전 관련 의무까지 늘어난 만큼, 지원금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지자체들이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 북구지역 주민들이 경주 시민들보다 월성원자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일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밝힌 이 자료는 울산시민 뇨시료 삼중수소 분석결과를 토대로 나온 점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수치로 입증됐지만 울산의 경우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전 지원금이나 여러 가지 보상적 지원은 당연한 조치다. 금전적 지원 이외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정적인 운용이다. 거대한 원전 두 곳의 샌드위치에 놓여 있는 울산은 실질적으로 피해의식만 있지 대책이 없는 지역이었다. 원전이 안전한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원전지원금을 보다 현실적으로 분배하고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원전문제에 기꺼이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울산시민들에 대한 배려차원에서라도 이번에는 정부가 문제를 풀어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특히 지금 진행 중인 울산 북구의 원전 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민원 역시 같은 선상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제도적 개선 없이 일반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상황은 과거의 구태다. 이제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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