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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로 쇄신 요구가 거센 미래통합당 내에서 초선인 서범수(사진) 울산 울주군 당선인 중심의 재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가 한동안 보수정당에서 명맥이 끊긴 쇄신의 선봉장에 설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4·15 총선 이후 서 당선인은 5월 초 '전국 초선 모임'을 공식 출범시켰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이 모임에는 김웅(서울 송파갑)·김병욱(경북 포항남-울릉)·황보승희(부산 중-영도)·김미애(부산 해운대을)·최형두(경남 창원 마산합포)·박수영(부산 남갑)등 다양한 지역구 당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소장파' 모임을 꾸려 낡은 보수 인식을 탈피하고, 젊고 유능한 정당을 만들겠단 의지가 태동하고 있다.

실제로 서 당선인은 지난 8일에 열린 당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후보 토론회를 이끌어 내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가 주도한 27명의 초선 당선인들은 성명서를 내고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단순한 선거를 넘어 당의 반성과 함께 미래 방향을 정하는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문제를 놓고 초선 당선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 당선인은 모임의 재조직에 나서면서, 아직 안갯속인 통합당의 향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현재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체제에서 '정치-정책-정당개혁'을 의미하는 '삼정개혁 모임'이 당 내 주류로 떠 오르면서, '전국 초선 모임'이 얼마나 존재감 있게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일단 주 원내대표는 첫 인사로 '삼정개혁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재선 김성원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내정하면서, 이 모임에 상당한 힘이 실릴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부산 지역 초선들을 중심으로 수십명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초선 모임' 소속인 박수영 당선인(부산 남갑)이 주도 하에 '부산 초선 모임'을 가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회동을 가지면서 주로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게 목적이지만, 초선 당선인이 가장 많이 배출된 만큼 초선의 세력화 과정에서 상당한 입김을 낼 수도 있다.
두 모임에 대해 서 당선인은 "초·재선의원들의 모임을 하는 것이 잘못하면 계파형성이 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 당선인은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리도 다이나믹하게 분위기를 띄어 토론의 장을 열었으면 한다"며 "지도부가 잘못하면 초선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선을 마치 초등학생 취급하기도 한다"며 "이런 것들도 격파를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당선인은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해 당의 주류보다는 외곽 조직으로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 당선인은 일부 모임 좌장이 원내 지도부로 입성하는 것을 두고 "원내 지도부에 들어가면 쓴 소리를 할 수 없다"면서 "모임 취지에 맞지 않고, 계파 형성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서 당선인은 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길 잃은 보수정치'주제의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그는 "보수정치 쇄신을 위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이 밖에 선수와 지역에 상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소장파 모임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다. 모임 형태는 당 개혁을 위한 토론 모임부터 연구 모임까지 다양하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70년대생 40대 청년을 주축으로 한 개혁모임을 구상 중이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74개혁파'로 불리는 이 모임은 참여대상에 나이 제한을 두진 않고 있지만 초·재선들이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3선 유의동 의원은 '정책정당 스터디' 모임을 준비 중이다. 현역 의원 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낙선한 중량감 있는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원내외를 아우르는 당의 대표적인 혁신모임으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통합당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경제전문가' 모임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오신환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통합당 '3040그룹'도 별도 모임을 갖고 있다.
초·재선의 입김은 차기 국회에서 당이 실질적 진로를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당선인 중 71.4%인 60명이 초·재선인 상황이라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난 모임을 두고 일각에선 이들의 '개혁' 표방이 '세력화'라는 부작용으로 번져 자중지란을 야기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초·재선 모임 '통합과 전진'이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당의 신주류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소장파가 아닌 당권파 별동대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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