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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여러 가지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다. 그 가운데 의료 인프라는 민원 1호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울산 의료기관의 낙후성은 시민불만을 넘어 울산의 미래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해도시가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도시로 변모하는 놀라운 발전 뒤에 의료의 낙후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의료분야의 낙후성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울산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그 하나의 예가 의료자원이다. 울산지역 의사 등 의료자원이 여전히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전국 16개 도시 의료자원현황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인구 1만 명 대비 의사 수는 12.7명으로 16개 도시 중 경북(11.9명) 다음으로 적었고 7개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이 24.2명으로 가장 많은 의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국 인구 1만 명 대비 의사 수는 16.8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울산의 경우 선거 때마다 국립병원이나 상급병원 공공병원 건립이 주요 공약이 됐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이제 그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공약 1호였던 울산 산재전문병원이 기본계획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실시한 산재전문 공공병원 용역 결과가 나왔다. 울산시와 근로복지공단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의를 했고, 최근 기본계획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용역에서 기본 인력은 의사직 54명, 간호직 228명 등 총 585명으로 구성된다. 재활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치과 등 18개 진료과목으로 꾸려진다. 공공의료 응급 기능으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설치한다. 심뇌혈관 기능은 외래 중심 진료 및 조기 재활에 집중한다. 또 지역 종합병원과 연계해 미흡한 급성기 기능을 보완한다. 검진 기능을 확충하고자 건강검진센터를 담았다. 

문제는 첫 출발의 경우 숙원인 5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은 시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민들의 오랜 숙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건립되기로 했지만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울산시가 굴화지구를 공공병원 부지로 선정한 것은 사업 계획기간 내 부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과 국토 24호선이 관통하고 고속도로 진·출입로 인근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공병원은 출발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규모의 문제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예타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총사업비 2,333억 원의 산재기금을 투입해 올해 안에 착공, 2024년 완공예정이다. 이와 관련 울산지역 의료계와 진보정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모두 20개 단체로 구성된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는 줄곧 500병상 규모의 공공형 종합병원을 주장하고 있다.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는 오래전부터 국립병원 형태의 공공병원 설립을 주장해 왔다. 

단체의 주장대로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공공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울산시민이 10여 년째 요구하고 있는 공공병원은 500병상 이상, 양질의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추진위의 주장은 "울산공공병원 설립이 정치적 업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 안대로라면 300병상 규모의 산재 공공병원이 출발선이 된다. 이 때문에 추진위는 "산재병원은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들과 함께 공공보건의료를 추진하기 힘들뿐더러, 300병상 규모로는 의료의 질을 선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시가 당초 추진했던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당초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추세다. 울산의 의료문제가 제대로 다뤄져 반듯한 공공병원이 건립되어야 하지만 이대로는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큰 것도 사실이다. 

초기 투자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산재 전문병원은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부문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는 국립병원이라는 부분에 방점을 둔 정부 지원의 지속성이다. 이 부분은 우수한 의료진 확보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 약속이 없다면 잘 지은 병원에 허술한 의료진과 외면하는 환자로 허망한 결과를 보게 될 공산이 높다. 앞선 지자체들이 공공병원 실패 사례에서도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울산의 공공병원은 미래를 보고 추진하되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첫 단추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출발 이후 엄청난 리스크를 울산시민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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