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선에 머물다] 모자이크
[詩선에 머물다] 모자이크
  • 울산신문
  • 2020.05.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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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정현두

선과 선이 맞닿아
당신의 벽을 허물고
심장 한 조각 한 조각 짜맞추어
알 듯 모를 듯한 얼굴을 그린다

반쯤 열린 경계에
명쾌한 백색을 쪼아 붙이고
못난 모서리에
검은색 점들은 상처를 벗는다

마음 밑바닥에서
어눌한 말들이 출렁인다
접혔던 꿈들까지 부끄러운 무늬
살아온 내 도편(陶片)들의 흔적

그동안 점들은 참 많이도 부딪혔다
곡선은 또 얼마나 허공을 바둥거렸던가
어두운 날들이 밝은색 넋으로 차오른다

△정현두 시인: 울산대학교 졸업,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청림문학상 수상, 울산 남구문학회 이사, 울산문인협회 회원, 문수필담 동인, 詩나브로 동인, 울산남구지역 자율방재단장.
 

이미희 시인
이미희 시인

살아가는 동안 간혹 자신의 모습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부끄러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타의에 의해 변질된 사건은 수치심에 떨고 있는 모자이크에 오랫동안 가려있지 않았던가? 그럴 때마다 작은 점들을 모아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을 맞대어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고 싶다. 세상 한 점으로 살아가면서 더러더러 모서리에 부딪혀 상처를 입고 큰 벽에 막혀 까짓것으로 읽히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善과 線이 맞닿아 진정한 그림을 그려내면 언젠가는 점 하나의 귀중함도, 점 하나의 기특함도 알아챌 것이다.

시인은 백색과 검은색을 다뤄 모자이크를 멋지게 완성했다. 명쾌한 백색으로 경계선을 지워 못난 모서리에 다친 검은색의 상처를 벗겨준다. 숨어있는 것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시구가 따뜻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아픈 조각 하나하나들이 모여 눈부신 무늬를 장식하는 예술. 어쩌면 우리도 깨지고 터져봐야 온전한 사람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깨진 조각들이 모여 서로를 감싸주는 모습은 참 밝고도 투명한 결실이다. 작은 점 하나에게 작은 위로 하나는 큰 종교가 되고 책 한 권이 된다는 것을 마침내 우리 스스로가 발견해낼 것이다.

모자이크 안 한 점에서 시인은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 출렁이는 어눌한 말들과 접혔던 꿈들까지 부끄러운 무늬는 '살아온 내 도편(陶片)들의 흔적'이라 말하며 아픔을 토해내고 있다. 질그릇 조각들에 비유하는 삶의 흔적들은 탄탄한 미래에 대한 인고였다는 것을 내비친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곡선도 헛발을 짚을 때가 있다. 햇빛도 휘청거릴 때가 많고 종달새도 음 이탈을 자주 한다. 살면서 더러더러 모자이크 안에 숨기도 했지만 이젠 색색깔 조각들 맞춰 찬란한 넋으로 차오를 때. 약간은 어설픈 너와 나의 점들이 투명한 善으로 실해갈 때. 이미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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