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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코로나19로 위생 및 건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다가올 여름철을 앞두고 '2020년 여름철 폭염 종합대책'을 조기에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올 여름철 평균 기온은 평년(17.2∼24.5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고, 폭염일수 또한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기간으로 정해 시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폭염전담팀 구성과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을 포함한 단계별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폭염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금 이른 느낌은 있지만 조기에 선제적으로 위생관리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울산시의 폭염대책을 보면 우선 금융기관 309곳을 무더위 쉼터로 추가 지정해 올해 총 934곳을 운영하고, 폭염으로 말미암은 인명 피해 발생 빈도가 높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을 활용한 예찰 활동을 시범 시행할 계획이다. 건물 창가에 녹색식물을 심어 태양광을 차단하는 '그린커튼' 10곳을 비롯해 그늘목 4곳, 그늘막 24곳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도 확대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때는 무더위 쉼터 휴관을 권고하고, 물안개 분사장치(쿨링포그) 등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시설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열섬효과 저감을 위한 도시숲 조성, 폭염 등에 대비한 가축재해보험 가입, 고수온 대응 피해 예방사업 시행, 폭염 시민 행동요령 홍보 등으로 폭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는 평년과는 다른 상황임을 고려해 폭염 대책을 정비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도 더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때 이른 폭염 대책이 세워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은 대책이 얼마나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지느냐에 있다. 지난해의 경우 폭염대책이 세워졌고 가동도 했지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여름 수은주가 34~35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10일 이상 계속됐지만 당국에서는 제때 폭염 대책을 가동하지 못했고 일상적 대응 수준을 유지하다 불만을 사기도 했다. 

선제적인 폭염대책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구경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뒤늦게 기업체 등에 '낮 기온이 가장 높은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능한 실외작업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무더위 휴식기간제'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는 뒷북행정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책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의 경우 울산에서는 발생한 온열환자 상당수가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였다는 점에서 경로당만이 아니라 사업장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폭염대책의 대부분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감안해야 한다. 무더위 쉼터를 점검하고 취약계층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공언을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이행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또 무더위 쉼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리는 노력도 부족하다. 현재 각 마을 경로당과 일부 대형마트, 경남은행과 농협은행 등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는 점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무더위 쉼터는 실질적인 대피소 개념보다는 전시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에는 총 528개소의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울주군이 246개소로 가장 많았고 남구 150개소, 중구 89개소, 동구 22개소, 북구 2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쉼터는 자치단체에서 냉방비와 편의시설을 지원해 누구나 폭염을 피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최근에도 홍보 부족으로 쉼터의 존재 자체를 알고 있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쉼터가 경로당 시설을 활용한 점도 이용률 저하의 한 요인이다. 

여기에 주의를 더해야 할 부분이 바로 대기공해다. 무더위에 대기 공해 상황이 악화되면 피해는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울산지역의 경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간동안 악취발생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저기압이 깔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악취 배출이 더욱 잦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름(6∼8월)에는 전체 미세먼지 양이 줄지만 PAHs 농도는 미세먼지 양만큼 줄지 않았다. 

울산 동쪽에 있는 국가산단과 주요 도로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해풍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PAHs 농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이나 국내 인근 대도시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탓하기 전에 울산 자체 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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