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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며 신나게 춤을 추고 싶어요."
"동아리실이 있어서 만들기를 하면 좋겠어요."
"옷걸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들만의 작은 음악회를 하고 싶어요."
"수업시간에 만든 연극을 뽐내보고 싶어요."

지난 겨울, '우리 학교에 필요한 공간이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체육관 원탁에 둘러앉아 학생 대토론회가 열렸다. 5~6학년 학생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서로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공간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둠별로 그림도 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렇게 토론을 한들 변하는 것이 있을까? 너희 말들은 항상 희망으로만 끝나는 것을'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눈 의견들이 쓸모를 다할지 교사인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는 학생들의 말에 토론회가 헛되지는 않았다는 위안을 받는다.

늘 그랬다. 아이들이 '뭘 하고 싶어요, 이런 거는 없어요' 할 때마다 "그래, 그러면 좋겠다. 역시! 좋은 아이디어다" 격려하면서도 미래를 기약할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이 뒤따랐다. 마음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으나 네모난 교실 안과 컴퓨터 안에서만 해결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우리 학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께서 별관 3층에 위치한 교실 한칸 반 정도의 유휴교실에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예쁜 조명 아래 프로젝트 학습 및 학예회, 연극 등 다양한 발표회장을 만들고요, 2층으로 된 계단형 관객석도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제안하셨다. '우와, 진짜 아이들이 말했던 공간이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선생님들이 원하셨던 전신 거울이 설치된 무용실 구축도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 학교에 미술실과 공작실이 따로 없어서 씽크대를 살린다면 미술 수업과 실과 실습 수업도 할 수 있고, 학부모나 지역 주민에게도 평생 교육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공간혁신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여서 우연인지 마침 내가 이 일을 담당하게 됐다. 꿈을 꾸곤 있으되 언제까지나 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들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날지 못하는 새가 날개를 달아 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나는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여겼던 아이들의 소망에 날개를 달아주신 교장선생님이 너무나 울창한 큰 나무처럼 느껴졌다.

건축 설계사를 부르고 새롭게 재탄생할 교실을 방문하며 설계 도면이 초안을 잡기 시작했다. 너무나 신났다. 계단 모형은 어떤게 좋을까, 씽크대는 인테리어는 어떤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을까, 전신 거울과 빔 스크린을 이중으로 설치 가능할까, 바닥은 무엇으로 하고, 무대 단차는 줄 것인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없앨 것인지 생각할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몇날 밤을 불 밝혀 자료를 찾고, 선생님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고생스럽기 보다 교사로서 숨을 쉬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 시간 또한 나에게로 오는 선물이었다. 새 단장을 하는 교실에 어떤 이름을 붙여줄지도 고민됐다.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교실명 응모를 했다.

실시간 응모자들을 확인하며 예비심사를 하고, 2차 최종 투표까지 마쳤다. 많은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고 응모해 주신 덕에 진행하는 담당자로서 힘을 얻고 뿌듯함과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교실 이름은 '시간을 선물하다 꿈자람터'다.

친구와 선생님과 소중한 시간(추억)을 담아내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제 인테리어 공사만 남겨두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 선 보일지 기대된다. 새롭게 마련된 공간에서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가꾸어 나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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