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최대 주력업종인 자동차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빠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려됐던 '판매 절벽'이 현실화한 비상 상황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봉쇄 조치로 해외 딜러망이 망가진 탓에 지난달 국내 완성차 수출은 평상시의 3분의 1로 급감했다. 그나마 신차 효과에 기대어 내수로 버티던 완성차 업체들은 경영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당장 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문제는 수출이다. 내수는 개별소비세 감면이나 공공구매 확대 등 손 쓸 방법이라도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해외 판매는 코로나19 종식과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올 1분기 내수는 1~2월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년 대비 18.2% 줄었던 것이 3월 개소세 감면 등에 힘입어 10.1%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했고, 3월부터는 미국 등 주요국의 딜러사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4월부터 글로벌 판매 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외 완성차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피해는 부품기업으로 옮아가고 있다.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계에선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40% 이상 급감해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생산은 3월 정상화됐으나 4월부터 유럽과 미국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면서 이번에는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완성차 1위 기업 현대자동차도 코로나발(發)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판매는 90만 3,3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42.1% 급감한 5,527억원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를 겨우 넘긴 현대차에 본격적인 위기가 닥친 것은 지난달부터다. 유럽과 미국발 코로나 충격파가 몰려들면서 글로벌 판매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외 판매실적은 15만 9,079대에 불과했다. 이는 36만 8,953대를 판매한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56.9%나 급감한 것이다. 국내에서 7만 1,042대, 해외에선 8만 8,037대 판매에 그쳤다. 수출이 본궤도에 오른 2000년대 초 이후 거의 20년 만에 최악 실적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국내외 전체 판매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60%나 줄어든 16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 7월(12만 8,489대)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70.4% 감소해 글로벌 기업의 체면을 구겼다.

내수와 수출이 코로나 충격에 휘청거리자 국내 업계는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과 취득·유류세 한시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구매 시 개소세 70% 인하를 3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며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10년 이상 노후차 교체 시 개소세 감면을 6개월 연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취득세·유류세의 한시적 인하도 내수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코로나 불황 극복을 위한 지원 요구에 대해 부담 완화와 수요 창출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우선 관세·재고 비축과 관련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항공운임 관세특례 대상 부품을 확대하고, 부품 수입에 따른 관세·부가세의 납기는 최장 12개월, 징수 유예는 최대 9개월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구매 확대와 친환경차 지원 효율화를 통해 4~5월 중 수출 감소에 대한 수요 공백을 메워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공공부문 구매는 올해 8,700대 규모로 예상하고 있으며, 계약 시 최대 70%의 선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차 구매보조금 중 전기화물차 비중을 확대하고, 부품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재편 지원단을 가동해 컨설팅과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동차 업계에 대한 이 같은 지원방안을 제한적인 단기처방에 불과해 6개월 이상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해 대책으로는 제도적 측면은 물론 물량 면에서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 시각이다. 5월 중순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사태가 상반기 내 조기 종식되기는 어려운 만큼 즉흥적 단기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올 하반기,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코로나 지원이 이처럼 미봉책 수준에 그치자 자구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충격파가 2분기부터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판매 회복도 지연될 수 있어 판매 회복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판매 전망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빠른 경영 안정화를 위한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 전략적 재고·판매 운영,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또 향후 수익성 하락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견조한 내수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을 지속하고, 신차 및 SUV 위주의 공급 확대를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실적 악화를 만회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를 위한 신기술 역량 강화도 지속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성환기자 csh9959@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