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주도로 실시되는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투표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정부로부터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과 관련해 주민투표 청구서를 거절당한 지역민들이 직접 찬반의견을 제시하는 민간의 절차다. 

이번 주민투표는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 추가건설에 대해 북구주민들의 찬반 의사를 묻는 투표다. 월성핵발전소는 경북 경주에 있지만 반경 20㎞ 이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 숫자는 경주시민보다 울산 북구주민들이 5배 이상 많다. 북구의 경우 주민들 모두가 방사능비상계획구역 안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월성핵발전소 부지 안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 추가건설에 대해 경주 주민들의 의견만 묻는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울산 북구청과 북구의회가 북구주민들의 의사도 물어서 결정하라고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 주민투표를 조직하고 진행하는 주체는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다. 운동본부에는 그동안 꾸준히 탈핵운동을 해 온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고준위핵쓰레기 월성 임시 저장소 추가건설 반대 울산북구 주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울산지역의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 문화 예술, 의료계 등 100여 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주민등록상 북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주민투표 투표권을 갖는다. 주민투표는 오늘부터 이틀 동안 사업장 사전투표, 6월 1~2일 양일간 전자투표(온라인 문자투표), 6월 5~6일 2일간 투표소 투표 등 세 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투·개표소 설치부터 투개표를 진행하는 선거관리 인력 모두와 그에 따른 비용까지 다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인력은 자원봉사로, 비용은 후원금 모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운동본부는 지난 23일 울산 중구 학산동에 위치한 코워킹스페이스 위앤비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맥스터 증설을 위한 들러리 시민공론화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500명 시민참여단 해산하고 전 국민 공론화 추진하라',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졸속 공론화 중단하라',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시민참여단 책임 전가 엉터리 공론화 중단하라', '울산 핵폐기물 70% 시민참여단이 해결할 수 있나' 등 피켓을 들고 목소리 높였다.

당초 재검토위는 울산을 비롯한 전국 14개 권역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전국적인 의견수렴 토론회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시민들의 항의와 참관으로 울산에서는 진행되지 못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재검토위원회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부터 전국 공론화에 참가할 시민참여단 549명을 선정했고,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1, 2차 토론회의 진행방법 등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나 시민참여단 구성에 있어 서울은 전체 18.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울산은 단 1.8%의 비율만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은 24기의 원전 중 14기가 울산시청 반경 30㎞ 이내에 있고, 울산 시민 100만 명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시민참여단 구성에 있어 울산은 겨우 9명, 서울은 100여 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구비율로 시민참여단을 선정했기 때문에 구성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할 방법과 장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주라는 단기간에 시민참여단을 모집, 참여자에게 120만원씩을 줘 각 권역별로 나눠 전국적인 공론화를 하겠다는 점은 졸속 운영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시민참여, 의견수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철저히 비밀주의, 졸속 공론화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더구나 코로나 상황을 틈타 시민참여단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함에도 원격화상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산업부 의도대로 맥스터를 짓는 절차에 전국공론화와 시민참여단을 이용하는 엉터리 형식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울산시민들의 의사가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이다. 방사능의 위험은 결코 행정구역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 북구 주민을 비롯해 120만 울산 시민, 월성원전 주변 반경의 많은 주민들은 이번 문제와 관련한 직접 당사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절차상의 합리성이다. 어떤 식으로든 해당지역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이를 배제한 것은 앞으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불씨를 살려놓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절차적인 정당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북구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이 옳다. 즉각적인 시정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