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쇼핑이 울산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약속했던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계속 추진을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울산시와 지역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호들갑이다. 경제부시장까지 나서 롯데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친 이번 소동은 무엇보다 롯데 측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에 벌어졌다. 롯데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2018년 6월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을 중단한지 16개월만에 환승센터 추진을 약속했다가 최근 또 다시 재검토 설을 흘렸다. 

그러자 울산시가 경제부시장을 통해 롯데 측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결과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철수설까지 나왔던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대한 롯데의 추진 의지는 변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에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는 롯데 입장에서는 사업 추진을 놓고 고민이 깊었지만, 계속 추진에 무게감을 두고 착공 전 마지막 행정절차인 교통·건축심의를 올해 하반기 중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최근 롯데쇼핑 임원과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지역 언론에 밝혔다. 면담은 최근 롯데쇼핑의 백화점·마트 점포 구조조정이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울산시는 올초 롯데쇼핑의 개발계획변경을 승인·고시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쇼핑 측은 "현재 기존·신규 점포를 모두 대상에 놓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지만 울산사업장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울산시는 올해 말 착공, 늦어도 내년 초 착공을 위한 행정적 절차 밟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롯데쇼핑은 조만간 교통·건축심의 등 후속절차 일정·내용을 시와 협의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은 당초 지난해 말 실적을 공개하면서 3~5년에 걸쳐 백화점, 마트, 슈퍼 등 200여 개 점포를 정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를 앞당겨 당장 다음달부터 조정을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할인점(마트) 16곳, 슈퍼 75곳 등 연내 121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롯데마트 양주점과 천안아산점, VIC신영통점 등 3개를 폐점하기로 결정,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전통적인 유통산업 붕괴 현실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시설 운영 방식과 콘텐츠 구성을 고민하고 입점 점포·매장 설치 방향에 대해서도 검토 중에 있어 속도감 있는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다. 

말 많고 탈많은 롯데의 울산지역 투자사업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환승센터만 해도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문화시설을 짓겠다고 공언했던 롯데가 사주의 구속과 경기침체 등 변수가 생기자 슬그머니 계획을 변경해 주상복합 이야기를 꺼내다가 여론에 밀리자 다시 쇼핑부문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변경 했다. 이른바 테마쇼핑몰을 통해 수익성을 찾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이마저도 변경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차장을 확장하고 영화관을 제외하는 쪼그라든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롯데의 여러 가지 입장 변화에 대해 울산시민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울산역 복합환승터미널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설이 향후 울산 서부권의 개발 촉진과 동남권의 광역교통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시세보다 파격적인 가격에 해당 부지를 넘겼고 시민들도 롯데의 광폭 투자와 비전제시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롯데는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다 주차장 건립과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떠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여론의 추이를 떠보기 위한 조치인지 슬쩍 제안을 했다가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다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결국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행태는 결국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고 신격호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창업자의 고향을 위한 핵심 사업 추진이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스마트 자족도시의 성패 역시 롯데의 진정성 있는 투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롯데의 확실한 입장과 태도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30년 전 롯데는 울산 고속버스터미널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울산시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헐값으로 사들인 삼산벌에 호텔로 백화점을 짓고 30년 동안 이익을 누려왔다. 그런 롯데가 울산시민을 상대로 툭하면 간을 보는 행태는 이제 더 이상 용남될 수 없다. 울산시도 더 이상 롯데의 갈팡질팡 행보에 명분을 주는 일이 없도록 분명한 입장을 취해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