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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청와대 오찬 회동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위기 국면에서는 국회에서 3차 추경과 고용관련 법안이 신속 통과될 수 있어야 하겠고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지난 2018년 11월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566일 만이다.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관에서 집무를 마치고 상춘재로 걸어가 기다리고 있던 두 원내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어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너무 좋다"고 운을 떼자 문 대통령은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상임위원장 문제를 둘러싸고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님이 잘해주시면 술술 넘어가고 다 가져간다 이런 말하면···"이라고 해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특임장관시절 정부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가더라"면서 "야당의 경우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남이 편하다"면서 정무장관 신설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의논해 보라"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지시했다. 정무수석은 여당과, 정무장관은 야당과 소통해왔다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첫 단추"라며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들이고, 기대가 높다.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주 원내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며 "주 원내대표와는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다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 있으면 현안 얘기하고 현안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만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원을 못 해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 위기국면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것"이라면서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볼 것"라고 했다. 특히 "20대 국회도 협치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이날 대화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견례 형태로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주제를 피해간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 논란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이 직접적으로 거론됐을 가능성도 적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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