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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와 울산서점조합이 울산도서관 책값 돌려주기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지역 서점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인 울산 페이로 구매한 도서를 4주일 안에 읽고 울산도서관에 내면 구매 금액 전액을 울산 페이로 돌려준다. 획기적인 독서문화 캠페인이다. 대상 서점은 울산시에 서적 도·소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울산시에 주소와 방문 매장을 두고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이다. 울산 페이 가맹점으로도 등록해야 한다. 

환불 권수는 1인당 월 2권, 권당 2만 원 이내 도서다. 환불 희망자는 울산 페이로 사업 참여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뒤 4주일 안에 책과 함께 울산 페이 사용 내역과 구매 영수증을 울산도서관에 내고 확인 절차를 거치면 책값을 돌려받는다. 울산도서관에 준 책은 울산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역 작은 도서관 등에 배포된다. 

이 사업을 기획한 울산시는 책값 돌려주기 사업에 대해 생활 속 독서문화를 정착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 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는 이 사업을 올 한해 일시적 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내년에는 19개 공공 도서관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독서 문화 확산과 함께 인터넷 서점, 대형 서점과 비교해 경영이 어려운 영세 지역 서점을 도와주기 위한 취지여서 단순한 독서권장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울산시는 이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 책값 돌려주기 사업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울산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도 만들었다. 책값 돌려주기 사업이 공직선거법 논란이 생길 수 있어 법과 조례 등의 근거를 두면 문제가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을 따랐다. 이 사업은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는 도입한 곳이 없고,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책값 돌려주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반가운 일이다. 책 읽는 도시는 미래가 밝다. 울산신문에서는 이미 10여년 전에 '책읽는 도시 울산을 만듭시다'를 아젠다로 독서 캠페인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서야 교육청과 울산시, 일부 언론사에서 이같은 캠페인에 동조해 책읽기 운동을 펼치는 추세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독서문화에서는 한참 뒤처진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에서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이미 오래된 보고서이지만 울발연 김상우 박사의 지역서점 자생력 제고방안이라는 보고서는 의미가 있다.

김 박사는 이 보고서를 통해 울산지역 서점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점의 대형화 및 온라인화로 2005년 이후 울산지역에 영업 중인 서점 절반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39개소에 달하던 울산지역 서점이 현재 70여 개소로 2005년 대비 40% 이상 줄어들었다. 그러나 서점 수는 줄어들었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들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서점 당 면적은 2005년 대비 증감률이 109.7%로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프렌차이즈 서점이 입점하고 서점들이 크고 넓게 자리 잡았지만 울산인구 1인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에 9.4권이던 것이 2017년 7.8권으로 줄어들었다.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 14.4권에서 2017년 15.9권으로 소폭 상승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울산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서점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울산시민의 도서구입비는 △5만 원 미만이 38.4%로 가장 많았고, △5만~10만 원 미만이 33.0% △10만~15만 원 미만이 15.2% 순으로 나타났다. 

울발연은 '지역 서점의 자생력 제고방안'으로 △지역서점 운영자들에 대한 서점운영교육 △독서동아리 운영 및 네트워크 지원 △지역서점 공간 리모델링 △울산지역서점 축제 개최 등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또 "시민이 서점에서 신간을 구매해 읽은 후 반납하면 도서관이 직접 시민에게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면서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서비스는 지역서점의 신간 소식 및 도서관의 구매예정 도서 정보를 연동하기 위한 도서정보 클라우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울산의 독서문화 자체는 부끄러운 성적표다. 울산지역 학생 1인당 장서 구입 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사서 배치율도 최저 수준이다. 딱하다 못해 자괴감까지 든다. 책이 미래이고 도서정책은 그 도시의 내일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각종 모바일 정보통신 기기와 영상이 각광받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효용성은 우뚝하다. 무엇보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독서문화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에 울산시가 추진하는 책값 돌려주기는 그런 점에서 터닝포인터가 될 수 있다. 동네책방도 살고 독서문화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번 사업이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와 울산이 책 읽는 도시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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