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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공무원으로 입문한지 18년째다. 6급 행정실장이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행정업무 컨설팅을 하게 되고 강사로 서게 되었다. 처음에 누군가 앞에서 노하우를 알려 준다는 것에 자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점검받지 못해서다. 그런데 컨설팅경험이 쌓이면서 내 작은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청이 들어왔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이번에 울산교육연수원에서 신규 지방공무원대상으로 작년 신규 연수에 이어 추수 연수를 진행하였고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연수를 원격으로 진행하였다. 그 연수 과정 중 '지방공무원으로서의 고충'이라는 주제로 분임토의시간이 있었는데 그 분임토의시간에 멘토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구상하며 우리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박 계장님과 강 주무관에게 어떤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전해 주는 게 좋은지 서로 얘기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참신하고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고 그것들을 후배들에게 Zoom연수를 통해 들려주었다.

연수를 통해 만난 신규 공무원들은 '업무의 어려움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연수원 행정부장님도 처음 교육행정에 입문했던 40년 전에도 이와 같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업무에 있어서,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나도 새로운 업무를 맞닥뜨릴 때마다 어려워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방법적인 부분이 다양해져서 문제 해결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은 경력이 쌓여가면서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이다.

자신만의 매뉴얼 만들기, 소모임을 만들어 카톡으로 대화하고 밴드로 자료 누적시키기, 교육청 담당자와 업무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기, 실수는 용기 있게 인정하고 즉시 수정하기, 업무폴더를 후임자에게 책임감 있게 공유하기 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신규 공무원들은 학교에서 행정실의 위상이 높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은 데다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는 것에 힘이 빠져 있었다. 그때 다른 직업과 비교하며 교육행정공무원의 장점을 나열하면서 응원해 주었다.

행정실에 있는 주무관들은 자신의 일을 처리한다고 화장실 갈 시간 없이 일을 할 때가 많이 있다. 특히 12월부터 시작해서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된 후 첫 회의하는 4월까지는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그 이후 바쁜 시기의 보상처럼 약간 여유 있는 때가 찾아온다. 

일이 많을 때 사람들은 날카로워진다. 나도 업무 처리한다고 고개를 들 시간이 없으니 행정실 문을 누가 열고 닫고 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럴 때 선생님들이 행정실 문을 열면 삭막한 그 모습에 재빨리 본인 업무만 하고 나가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행정실이 불친절하고 찬바람이 쌩쌩 돈다는 말이 돌아서 들려온다. 

내가 여유 있을 때와 여유 없을 때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이 다름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책상만 보고 일을 할 때는 맘의 여유가 없을 때라는 것을 알기에 그 바쁜 시기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누구보다 밝고 큰 목소리로 직원들을 대신해서 인사한다. 

18년 전, 신규일 때 모르는 게 많아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도와주는 부장선생님이 계셨는데 내가 "선생님~"하고 부르면, 그 분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상냥한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그때 조급하고 경직됐던 내 마음은 사르르르 풀리고 마음도 연해졌었다. 그 분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음성은 지금도 내 귓가에 은은하게 따뜻함을 전해준다. 

요즈음, 나도 그 분의 따뜻한 말을 본받아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하며 여유 있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원격연수가 끝난 후, 나는 모두가 퇴근한 행정실을 나오면서 보건실 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이 보여 보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보건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우리 학교 보건선생님도 올해 3월 1일자 신규 교육공무원이다. 신규 지방공무원과 얘기를 나눈 후이다 보니 보건선생님도 신규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짠했고 자신의 업무를 미루지 않고 일 해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힘내라! 신규들! 기쁘고 소중하게 보내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모여 모여서 너희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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