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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타지역에서 출근하는 공공기관 직원 위한 통근버스가 울산 혁신도시에 다닌다는게, 이해가 됩니까? 그것도 개인부담이 아닌 수천만원이라는 기관 예산으로 통근버스를 지원하고 있다니,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는 겁니다"  


울산시의회 등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울산혁신도시 내 한 공공기관의 통근버스 운행에 쓴쏘리를 쏟아냈다. 지난 2016년 12월 울산으로 이전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부산 해운대~울산 간 통근버스 운행이 알려지자,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출퇴근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1일 울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울산 중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5년차를 맞는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조용성)이 현재 '부산 원정출근족'을 위해 통근 버스를 매일 운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울산 이전 후 타지역 출근 직원을 위한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매년 많게는 억단위에서 적게는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출해 왔다.


2018년에만 부산 거주직원들의 통근수요를 위해 울산~부산 해운대 구간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경상비 명목으로 예산 7,392만원, 2019년에는 4,200만원을 썼다. 앞서 2017년까지는 울산~서울, 울산~부산 2개 노선 통근버스 운행으로 모두 1억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수년째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출퇴근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통근버스 운행은 공공기관들의 '울산화'하지 못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무늬만 울산혁신도시 이전기관'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울산시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통근버스 운행 자제 혹은 중단 요청' 공문서 발송을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통근 전세버스 운행과 관련, "교육, 의료,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갖추지 않아 울산으로 가족 전체 이주가 불가능해 통근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타지역 출퇴근 직원과 기러기 족들이 많은 탓에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는 밤이나 주말, 휴일에는 인적이 끊긴다. 특히 공공기관 직원 대부분 목~금요일 오후에 떠나는 바람에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는 "매일 저녁과 주말이면 불이 꺼지고 왕래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텅텅 빈다"며 유령도시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종학 울산시의원과 신성봉 울산 중구의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외지 통근버스 운행 자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울산시의회 손종학 의원은 "이게 사실이라면 조사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직원들이 자기들만의 이득을 취하면서 마치 지역에는 시혜를 베풀고 있는 자세를 보이는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정혁신도시 관할지역 울산 중구의회 신성봉 의장은 "중구 공공기관 직원들의 낮은 거주율과 통근버스 운행 등이 혁신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혁신도시 활성화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위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통근버스 운행 폐지를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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