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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지난 주말 방어진항과 정자항에서 해병대전우회를 비롯해 3개 단체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바닷속 폐기물 수거 사업에 나섰다. 이 사업은 잠수부를 동원할 수 있는 민간 전문단체에 위탁해 바다 밑에 쌓여있는 폐기물을 수거·처리하는 것이다. 수중 정화 활동뿐만 아니라 수변 정화 활동을 병행했다. 울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폐어구, 폐어망, 폐타이어와 같은 해양 폐기물 약 1,040t(평균 연간 104t) 수거했다. 최근 불거지는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환경개선 캠페인도 함께 연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동남아 국가는 물론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해안 오염이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뉴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폐플라스틱 등에 오염된 바다 생태계 문제다. 최근 태국 연안에서만 해도 돌고래, 바다거북 등 300여 마리의 대형 바다동물들이 해양생태계 교란과 폐기물 등으로 죽은 채 발견되고 있다. 바다 생물들의 폐사원인은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 때문이다. 이 폐기물들은 태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에서 엄청나게 버려지고 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지에서도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키지만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때로는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뤄 바다를 떠다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톤에 육박하며 그중 75%인 약 63억톤이 쓰레기로 배출됐다고 한다. 그중 80%에 해당하는 50억톤은 매립이나 해양유입 등으로 자연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120억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환경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매우 적은 편이라서, 결국 도시에는 폐비닐과 플라스틱병들이 쌓이고, 바다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들이 거대한 섬을 이루어 떠다니게 된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톤으로 미국(93.8톤)이나 일본(65.8톤)보다 훨씬 높은데, 2020년에는 145.9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중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이다. 우리는 쓰레기분류수거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모아 리사이클 하는데, 처리단가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했으나 중국이 얼마 전부터 여러 이유에서 이를 금지했으므로, 이제는 우리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결국 이들 폐기물이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해양 오염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이 같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각종 폐기물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수중 자원의 황폐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공단지역에 둘러싸인 연안의 특수성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하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해양오염퇴적물 정화·복원사업은 이를 위한 대책이다. 이 사업에 울산은 수년째 대상에 들어가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해양오염퇴적물 정화·복원 사업을 위한 실시설계 예산 12억원을 투입하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국비 299억원을 들여 온산항 해양오염퇴적물 16만5,830㎥를 준설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해양오염퇴적물을 제거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해양환경을 개선해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고 청정해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연안의 해양오염은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울산 앞바다에서 해상사고 인한 오염물질 유출 피해가 30여 건이나 발생했다. 이 같은 수치는 부산과 여수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이로 인한 오염물질 유출량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기름 등 오염물질 유출량의 증가와 폐기물 투기 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안오염은 물론 울산의 바다는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생태계는 폐사 직전까지 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오염사고로 인해 해양에 대한 투자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시가 지역 바다의 백화현상을 막기 위해 바다숲 조성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백화현상 확산속도는 갈수록 심각하다. 백화현상은 암벽에 붙어있던 산호초류의 생물이 죽으면서 남긴 잔해로 다른 해초류가 자라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울산시는 백화현상 방지를 위해 주전앞바다 등지에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지역 백화현상의 확산속도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어 사업을 통한 백화현상 방지는 제자리걸음이다. 

울산 연안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화 시절 태화강 등에서 흘러든 오염된 퇴적물이 방치돼 있고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에서 배출하는 수많은 폐기물이 방치되어 있다. 일부 악덕 업주들은 여전히 몰래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하수관거 정비,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 우수저류조 신설·개선 등은 필수지만 후발주자가 된 울산은 이제 시작단계다. 중금속은 시간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다. 생태환경도시를 외치는 울산이 바다오염을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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