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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23조원이 넘는 카타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냈다.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가운데, 조선업 붕괴로 바닥까지 주저앉은 울산지역 산업경기를 견인하는 호재로 작용할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전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LNG선 관련 협약을 맺었다. 이날 화상으로 열린 협약식에는 사드 쉐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 겸 QP 대표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슬롯 계약으로, QP가 2027년까지 이들 조선 3사의 LNG선 건조공간(슬롯) 상당 부분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규모는 700억 리얄(약 23조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LNG선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조선업계는 2004년에 이어 한국 조선산업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최대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카타르는 지난 2004년 당시 국내 조선소와 90척 이상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하고, 대우조선해양 26척, 삼성중공업 19척, 현대중공업 8척 등 총 53척을 발주했다. 이번 슬롯 계약이 선박 발주로 이어진다면, 2004년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수주가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조선 3사에게 각각 몇 대씩의 LNG선 수주를 인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선 3사가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따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해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LNG선 시장을 지배했다. 특히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100% 다시 액화해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국내 조선업계는 경쟁사인 중국 조선사와 비교해 생산능력도 월등히 앞선다. 중국 후동중화는 LNG운반선 연간 생산능력이 5척 수준인 반면, 조선 3사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50척 수준에 달한다. 중국 조선사들은 지난 몇 년 전부터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후동중화가 2018년 건조했던 LNG선은 엔진 고장으로 19개월 만에 폐선 처리되기도 했다.

덕분에 LNG선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한국이 점유율 80~90%를 유지하며 독식해 왔다. 지난 2018년에는 전 세계 발주된 76척 중 67척을 수주했고, 지난해도 61척 중 49척을 따냈다.

조선업계는 올해 역시 이번 카타르 프로젝트를 계기로 하반기 대규모 LNG선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노바텍은 조만간 북극 연안에서 진행되는 아크틱 LNG-2 사업에 투입할 쇄빙 LNG운반선 10척을 추가로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조선 3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프랑스 석유 회사인 토탈이 추진하는 모잠비크 LNG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도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토탈은 현재 LNG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으며, 150억달러 규모의 선박 발주 금융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LNG선 생산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의 선전이 예상되는 만큼, 울산 조선산업의 재도약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수주 가뭄에 시달려왔는데, 이번 카타르 LNG선 계약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료 보인다"며 "현대중공업의 수주 척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지만, 단순 계산상으로 볼 때 최소 1/3인 8조원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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