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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현충일이다. 현충일이 끼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매년 6월이 되면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란 이름하에 보훈처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는 보훈 가족들을 위로하는 각종 행사를 연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울산시 울주군은 지역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울주군은 울산 최초의 만세운동이었던 언양만세운동과 남창만세운동, 항일유적 등을 조사·연구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울주군은 앞서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며, 연말까지 용역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참전유공자를 찾기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캠페인은 보훈 제도를 잘 모르거나 고령으로 신청하지 못한 참전유공자들을 정부가 찾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6·25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70년 전 당시의 참전기록에 주소, 본적, 생년월일 등 신상자료가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은 경우 생존 여부와 주소지 확인이 불가능해 발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보훈처 설명이다.  보훈처는 캠페인 기간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참전 유공자 신청을 안내한다. 앞으로 등록하는 생존 참전유공자에게는 대통령 명의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참전명예수당 지급, 보훈병원 등 진료비 감면, 국립호국원 안장 등의 지원과 혜택이 주어진다. 보훈처는 2014년부터 참전유공자 발굴 사업을 실시했으며, 2018년부터는 간호장교 등 군인이 아닌 참전유공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처럼 과거에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역사나 유공자를 찾아나서고 발굴하는 작업은 과거를 통해 미래의 좌표를 제대로 밝혀내기 위함이다. 더구나 울산은 호국보훈의 성지다. 3·1운동 뿐만이 아니라 신라시대 이후 왜구의 침략에 맞서고 임란시절, 의병활동으로 왜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충절의 고장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은 울산에서 그 꽃을 피웠다. 무엇보다 울산은 숭고한 민족자결운동의 숨결이 녹아 있는 고장이고 박상진 선생과 최현배 선생 등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영웅을 배출한 도시다. 

조상의 기일을 기억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민족자존과 얼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본 없는 족보가 없듯이, 한 나라와 민족에게도 민족적 정체성을 밝혀 줄 역사가 있다. 3·1운동은 우리의 국민교육헌장과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오늘의 우리를 우리답게 지켜낸 최고의 상징적 사건이다. 한일합병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던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었더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한민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충일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자신의 한 몸을 조국을 위해 내던진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일제의 압정으로부터 괴뢰도당의 남침야욕으로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열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유월이다. 울산은 박상진 선생 등 애국충절의 열의를 온몸으로 실천한 열사들의 고장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귀한 참뜻을 다시금 새기기 위함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악몽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비단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한류'라는 바람을 일으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평화롭고 번영된 삶은 그저 현세대가 잘나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날 조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후손을 위해 헌신하신 수많은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광복과 분단, 그리고 6·25 전쟁 등 지난날 대한민국의 역사는 피로 물들고 사망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값진 희생이 있었으며, 그 희생 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은 이런 선열들의 정신을 제대로 받들고 있으며,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보이고 있는 공익을 망각한 행태에 대해 지극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애국심을 비판하기 전에 기성세대들, 특히 국가의 중요 요직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겉치레와 같은 이벤트 행사에 치중하지 말고 멸사봉공의 자세로 민생을 최우선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충일을 맞아 호국 영령들이 보여준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다시 한번 제대로 되새기는 시간이 돼야 한다. 바로 그 되새김으로부터 우리의 안보관을 재점검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선열의 정신을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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