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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혁신도시 내 한 공공기관이 부산 해운대로 수년간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12월 울산으로 이전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야기다. 이 기관은 부산 해운대-울산 간 통근버스 운행을 이전 이후 4년간 지속적으로 행해오고 있다. 이전 당해 연도의 경우 기관 이전으로 주거 등의 문제를 고려해 통근버스 운행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전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울산에 정착하지 않고 출퇴근을 지속하고 기관이 이를 도와주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울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울산 중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현재 '부산 원정출근족'을 위해 통근 버스를 매일 운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울산 이전 후 타지역 출근 직원을 위한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매년 많게는 억 단위에서 적게는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출해 왔다. 2018년에만 부산 거주직원들의 통근수요를 위해 울산-부산 해운대 구간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경상비 명목으로 예산 7,392만원, 2019년에는 4,200만원을 썼다. 앞서 2017년까지는 울산~서울, 울산∼부산 2개 노선 통근버스 운행으로 모두 1억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수년째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출퇴근해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부산~울산 통근버스 운행은 공공기관들의 '울산화'하지 못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무늬만 울산혁신도시 이전기관'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특히 울산시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통근버스 운행 자제 혹은 중단 요청' 공문서 발송을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통근 전세버스 운행과 관련, "교육, 의료,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갖추지 않아 울산으로 가족 전체 이주가 불가능해 통근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타지역 출퇴근 직원과 기러기 족들이 많은 탓에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는 밤이나 주말, 휴일에는 인적이 끊긴다. 특히 공공기관 직원 대부분 목~금요일 오후에 떠나는 바람에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울산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낮은 거주율과 통근버스 운행 등은 혁신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혁신도시와 관련한 우울한 통계 하나가 나왔다. 전국 10대 혁신도시 가운데 최근 7년간 울산 우정혁신도시의 인구 유출이 유일하다는 내용이었다. 국토연구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의 7년간 순유입 인구 18만2,127명 중 51.1%에 해당하는 9만2,996명이 구도심에서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혁신도시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발전 거점으로 육성·발전시키고,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조성 사업이다. 지역 간 혁신도시 순유입 인구는 '주변 지자체→혁신도시' 5,450명(79.9%)으로 가장 많았고, '구도심→혁신도시'는 4,195명(61.5%)으로 나타났다. 특히 혁신도시의 인구 유출은 전국 10대(제주·부산·대구·울산·원주·음성·전주·나주·김천·진주) 혁신도시 가운데 울산의 우정혁신도시가 유일했다. 게다가, 우정혁신도시 내 산학연클러스터 용지 입주율은 49.4%로 절반에 못 미쳤다. 

전국의 수많은 혁신도시 가운데 울산만 유일하게 인구가 유출됐다는 이야기는 심각하다. 그동안 울산시가 혁신도시 유치 이후 상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혁신도시와 연계한 지역발전 종합 마스트플랜 수립, 이전기관 측의 공공기관 편의시설 One Stop 서비스 시행 등 하드웨어적인 협력방안 말고도 숱한 지원대책을 만들어왔다.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상생을 위한 의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역과 공공기관이 물리적 공간점유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연계성이다. 그 중요한 하나의 포인트가 지역 인재의 공공기관 취업기회 확대도 포함된다. 울산 이전공공기관 채용률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울산에는 4년제 대학이 울산대, 울산과기원뿐인 데다, 울산과기원의 경우 국가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이전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타지역에 비해 낮다는 게 시 측의 분석이다. 하지만 울산은 우수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어느 도시보다 많은 곳이다. 이전공공기관들이 문턱을 낮추면 지역인재 채용은 획기적으로 늘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의 울산사람 만들기도 중요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진정한 지역 사람이 될 수 있고 상생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울산의 경우 시 차원에서 혁신도시와 상생발전협의체를 만들어 지역화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각종 혜택과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편의도 여러 차례 제공했다. 그런데도 정주여건이나 교육 인프라 등을 이야기하며 딴소리를 하는 혁신도시 관계자들을 보면 왜 굳이 혁신도시를 지역에 유치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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