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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정호승

잘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자라 우리엄마
산그림자처럼
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자라 우리엄마
아기처럼
엄마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정호승: 경남 하동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 '석굴암에 오르는 영희' 당선(1972). 대한일보 신춘문예 '첨성대' 당선(1973). 조선일보 신춘문예 '위령제' 당선(1982).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슬프고도 따뜻한 시어들로 그려냄.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1979),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포옹'(2007) 등 다수 펴냄.

이미희 시인
이미희 시인

코끝이 아리다. 숨구멍이 결린다. 이 시가 분장이나 치장도 없이 가슴을 울려버린다. "잘 자라 우리 엄마" 이 말 앞에 얼음처럼 차가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잘 자라 우리 아기" 덩치가 산 만 할 때까지 재워주던 엄마의 노래. 토닥토닥 깊은 밤 두드리며 잠 못 들고 부르던 그 노래. 먼 길 가신 뒤에야 잘 주무시라고 이제 듣지도 못할 말 전한 게 너무 아프다. 시인은 아기같이 잠든 엄마를 향해 그 마음을 대신한다. 바람 한 톨 스쳐도 놀랄 새라 가만가만 재우던 자식 품에 안겨 떠나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겠다. 그토록 아름다운 할미꽃을 하늘도 쉬이 꺾지 못했겠다.

아들이 뒤를 따라갈 때까지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처럼 잠들어 있어 달라는 당부가 와 닿는다. 외롭지 않게 잠들어 있다가 아들이 오면 깨어나시길 부탁하는 것이다. 더우면 햇빛을 가려주고, 추우면 비바람을 가려줄 산 그림자 속에 산새처럼 곱게 잠들어 있다가 아들이 가면 품에 안고 그 노래 불러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먼 옛날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예쁜 저처럼,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엄마를 귀히 보내고 싶어 한다. 아들이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하늘길도 결코 낯설지 않았겠다. 그토록 어여쁜 아기 같은 엄마를 저세상도 편히 데려가지 못했겠다.

엄마 기일이 다가온다. 벌써 여섯 해나 지났는데 함께 나눈 기억은 왜 자꾸 짙어질까. 울지 말라고, 자꾸 울면 편히 가지 못한다고들 나무라지만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걸 어쩌란 말인가. 길 가다가 닮은 사람을 봐도 문득, 함께 걷던 길을 지나다가도 문득, 어느 시에서 마주한 같은 마음을 봐도 문득, 문득문득 마음이 그러는 걸 어쩌란 말인가.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귀찮고도 좋은 한 몸 같은 사람인데 어찌 눈물을 참아내란 말인가. 그곳은 살 만 하시는지 꿈에조차 잘 찾아오지 않는다. 이 딸이 뒤를 따라갈 때까지 귀여운 껌딱지 그대로 "잘 자라 우리 엄마도"  이미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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