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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00명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팀. UNIST 제공
한국인 1000명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팀. UNIST 제공

하필이면 하고 많은 언어 중에 '게놈'인지. 한국사람 치고 '게놈(genome)'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고 피식 웃음 짓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염색체의 한 조', 즉 '인간의 유전체'를 의미하는 '게놈(genome)'을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지-노움'이며,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지놈'이다. 그런데 본래 이 'genome'이란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독일에서부터였다. 비록 독일에서 만든 단어라 할지라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현재 'geonme'이라 쓰고 '지노움'이라 발음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게놈'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 국어사전에 등록된 공식 발음이 '게놈'인 탓이다. 이런 '게놈'이 주목 받고 있다.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정보를 캐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생로병사의 핵심 중의 핵심인 게놈 관련 모든 기술은 인류의 미래 발전에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놈'은 극질병, 극노화, 농업생산성향상, 신소재개발 등 모든 사업전반에 스며들고 있고, 미래 복지국으로 가는 필수분야로 각광을 받는다. 한마디로 게놈은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무병장수 시대를 열어가는 핵심산업으로 주목받는다.

울산은 게놈 분야에서만큼 전국에서 단연 돋보인다. 울산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놈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도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 Korean Genomics Center)가 울산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추진 중인 때문이다.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는 울산과학기술원 110동에 위치하고 있다.
2014년 7월 설립된 UNIST 공식 게놈연구소에서 출범했다. 인간 뿐 아이라 특수한 DNA 시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생명공학연구소다. 2017년 6월 울산시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게놈산업기술센터로 확대 개편됐다. 그동안 국내 게놈 연구사에 기록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실 모습. 김동균기자 justgo999@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실 모습. 김동균기자 justgo999@

# 국내 최초 수백년된 미라 유전자 분석
2009년 사이언스에 범아시아인의 이동경로를 5만개의 유전인자로 분석해 소개했고, 2017년에는 8,000년전 신석기 동아시아인 게놈을 분석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기원을 규명하기도 했다.

또 국내 최초로 수백년 된 미라의 유전자 분석 연구도 해냈다. 세계 최초로 대형고래, 호랑이, 사자 및 표범 등의 표준게놈지도를 해독하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국 국민의 대표 참조표준게놈지도인 코레프(KOREF)를, 2018년에는 한국인 50명의 게놈을 분석해 한국인변이체 KoVariome를 완성해 발표한 바 있다. 2020년에는 한국인 1,094명의 게놈과 임상정보를 분석해 발표하기도 했다.

센터장 이세민 교수는 "게놈 분야에서 만큼은 기술력에서나 인적 자원에서 국내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 하지만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많아지고 국가가 바이어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더 많은 연구기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30여 명의 연구진들은 크게 4~5개 분야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집단 유전학이다. 한국인의 민족적인 특성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다음이 질병의 극복을 위한 연구다. 암과 만성질환, 희귀질환의 연구, 그리고 유전체를 읽고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전체를 편집(게놈 엔지니어링)하는 기술도 핵심 연구 분야다.

이세민 게놈산업기술센터장(왼쪽·생명과학부 교수)과 박종화 생명과학부 교수. UNIST 제공
이세민 게놈산업기술센터장(왼쪽·생명과학부 교수)과 박종화 생명과학부 교수. UNIST 제공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최근 한국인의 게놈 분석 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가 주축이 된 연구팀은 전 세계 158명의 현대인과 115명의 고대인 게놈을 분석해 지난 4만년동안 발생한 유전자 혼합과정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해 석기시대에 시베리아 등 북아시아지역까지 널리 펴져 있던 북아시아인 인구집단(선남방계)과 약 3,500년전 남중국에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로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한 인류집단(후남방계)이 혼합돼 한국인이 형성됐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종화 교수는 "한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확장·이동·혼혈을 거쳐 진화한 혼합민족이며, 사회적으로는 단일민족이라는 통념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의 많은 인족들과 밀접하게 엉켜있는 친족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가 완성한 멸종 위기종 한국 호랑이 게놈지도 관련 포스터.
2013년 세계 최초로 유니스트 게놈산업기술센터가 완성한 멸종 위기종 한국 호랑이 게놈지도 관련 포스터.

 

# 세계 첫 대형고래·호랑이 등 표준게놈지도 해독
핵심연구를 수행한 전성원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을 혈통이 단일한 국가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인류가 대를 이어가면서 유전적 교류(혼혈)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인은 매우 복잡한 혼혈로 이루어진 다인족(ethnic group) 민족이며, 가장 최근의 혼혈화는 석기시대에 북상한 선남방계의 인족과 약 4,000년전부터 청동기·철기시대에 급격하게 팽창한 동남아시아 기원 후남방계 인족이 3:7 정도로 혼합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하지만 이번 연구에는 최신의 북시베리아인 고대인 게놈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인류집단이 섞이는 것을 정밀하게 재현할 만큼 충분한 양의 샘플과 데이터가 있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어서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정교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는 특히 울산 사람의 게놈의 특성을 분석 중이다.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UNIST와 울산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궁극적으로 모든 한국인의 유전정보 확보 및 최대한 공개,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인과 질환자, 희귀질환자 등의 한국 국적인들의 다양한 게놈 관련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8년 유니스트에서 열린 게놈엑스포 행사. 유니스트 제공
2018년 유니스트에서 열린 게놈엑스포 행사. 유니스트 제공

이 사업은 국제 컨소시움 사업으로 UNIST의 게놈산업기술센터는 미국 하버드의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움을 이끌었고, 동아시아계 한국인 수천 명의 전장게놈(whole-genome)과 건강검진 데이터를 연계한 연관성 분석연구를 해왔다.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KOGIC 개인정보관리팀에 의해 개인식별정보의 가명화와 익명화(기관 고유번호 부여) 단계를 거쳐 관리되고, 연구자들은 기관 고유번호가 붙은 데이터로 연구 분석을 수행한다. 참여자들에게는 게놈분석 연구리포트를 제공함으로써 연구결과를 참여자와 공유하고 본인의 게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지금까지 4,000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해독했다. 수집 된 데이터 중 1,094명의 게놈을 분석한 '한국인 1,000명 게놈(Kotea1K)'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월27일자로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인 1,000명의 게놈 정보를 영국과 미국에서 2003년 완성한 인간참조표준게놈지도(표준게놈)와 비교한 결과 총 3,902만 5,362개의 변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1,000명의 게놈이 인간표준게놈과 다른 염기 약 4,000만 개를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한 변이 중 34.5%나 되는 엄청난 양의 유전자 변이가 한국인 집단 내에서 한 번만 발견되는 독특한 변이로 파악됐다고 밝혀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핸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해다. 1·2단계로 나눠 최대 6,000명에 달하는 시민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해 올해 말까지 1만명의 게놈에 대한 해독과 분석을 통해 한국인 게놈 표준 정보를 작성하고 바이오의료 산업화 토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세민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게놈 순수연구뿐 아니라 산업화, 사용화, 국산화가 중요한 목표다. 게놈은 이제 순수 연구를 넘어 산업의 분야다. 앞으로 대량 게놈 정보 분석, 맞춤의료 산업화 인프라제공, 기업지원 등을 위해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다양한 바이오 마커들을 활용한 진단키트의 개발, 암이나 각종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기술개발, 또 아직은 멀어 보이는 유전체 편집을 통한 질환극복 기술개발도 센터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분야이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16일 경남도청에 있은 코라나19 국난극복위원회에 대한민국 게놈 산업 발전을 위해 국립 게놈기술원을 건립해 줄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하고 나섰다.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와 함께 국립 게놈 기술원 건립이 울산의 게놈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지역사회의 또 다른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전우수기자 jeu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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