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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형 보트를 타고 서해안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사례가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사건 당시 태안해경은 수사에 나서 밀입국한 중국인 18명을 적발했다. 이 같은 상황이 울산항 소형선부두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게 항만업계의 우려다. 코로나19 사태로 느슨해진 항만 보안 경비 틈을 타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일은 지난 2016년 인천항 사건으로도 점검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인천 내항 4부두에서 중국인 선원이 보안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했다. 한해 수차례 인천항의 보안이 뚫렸다. 당시에는 해수부 장관이 인천항을 방문, 항만 보안시설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근절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인천항만공사는 주야간 모두 유연한 출입관리가 가능한 24시간 무중단 출입 통제·관리 시스템을 도입,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동작 감지가 가능한 지능형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인천의 경우 항만 보안구역에 있는 사람·차량·선박 등을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원이 보안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하거나 무단상륙하는 일을 막는데 유효한 기능을 하고 잇다는 평이다. 

문제는 울산항이다. 국가보안시설이 밀집한 울산항 일부 부두가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뚫을 수 있는 보안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야간에는 경비가 없어 밀수입, 밀입국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울산항만공사는 보안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비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항만공사, 항만 업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남구 장생포 소형선부두에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항만 경비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해안을 경계하거나 선박 출입을 통제하는 인력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소형선 부두는 소형 선박들, 어선 등이 드나드는 곳이다. 주로 어선을 정박하는 계류장으로 쓰인다. 항만업 종사자들은 이곳이 범죄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소형 기름배들이 선박 면세유를 몰래 판매하거나 밀입국 시도 등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종사자는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경비를 서왔는데 최근부터 밀수입, 밀입국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인 오후 11시~오전 5시에 경비가 없다"며 "통제를 강화해도 모자랄 시간대에 경비 배치 인력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서해안, 동해안 등에서 밀입국 시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울산항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인근 해상에서 출입이 자유로운 소형선박으로 갈아타고 밀입국, 밀항 등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울산항만공사는 소형선부두 경비인력이 빠진 것은 물동량이 증가한 용연부두로 배치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최근 무역선이 자주 드나드는 보안구역인 용연부두에 물동량이 늘면서 소형선부두 경비 인력 1명을 용연부두에 추가했다"며 "소형선부두는 일반경비구역인데다 내국인들이 드나드는 부두여서 범죄 발생 우려가 낮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신 소형선부두에는 순찰 인력이 투입됐고, CCTV 설치 등으로 경비 업무를 할 계획"이라며 "울산항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화암추등대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 지원하는 등 장비 지원으로 선도적으로 대응해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보안 공백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에 드론을 띄워 보안에 만전을 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일있다. 항만보안과 안전환경, 병해충 방재까지 드론으로 울산항 '사각지대'를 감시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울산항만공사는 다목적 드론 2기를 구매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드론 중장기 5년 계획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나돌았다. 항만보안은 CCTV가 미치지 못하는 곳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때 드론이 운용된다는 설명이었다. 또 조명탑 등 높은 곳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야 할 때 안전환경을 위해 드론이 띄워진다는 이야기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사람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드론이 찾아가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이번 보안구멍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울산항만 보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울산항만관리㈜를 설립하는 등 보안 인력을 강화했지만 일부 부두에는 보안경비마저도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항만업계는 항만공사의 구조적 문제와 비전문성을 지적하고 있다. 보안시설 투자와 보안인력 강화에 투자하지 않는 문제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 등 관계 기관과의 협업도 미진하다는 비판도 있다. 보안인력과 장비를 대폭 보완하고 보안 시스템을 치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전시성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보안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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