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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안경을 쓰지 않고 있고 검사를 하면 1.0에 가깝게 나와서 시력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일할 때 작은 글씨나 어두우면 글씨가 아른거려 읽을 수 없는 불편함에 안과에 갔더니 노안이 온 것 같다며 안경을 맞추라고 해서 맞췄습니다. 이렇게 잠깐, 글씨가 보이지 않는 것도 불편한데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를 생각하며 읽었던 도서출판 일일사에서 출간한 이선영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아주 큰 부탁'을 '동시 자전거 타고 동화 마을 한 바퀴'에 소개할 책으로 정했습니다. 먼저 표제 시를 읽어봅니다.

"유모차를 밀고/엘리베이터 안으로/들어오는 고운 엄마//까꿍 귀여워라 잘 생겼네/엄마 얼굴에 복사꽃 핀다/애기도 엄마도 참 예쁘다//대한민국 아이로 잘 키워요/할머니 큰 부탁에/엄마는 어깨 펴고 웃으며 인사 한다."  -'아주 큰 부탁' 전문

할머니의 큰 부탁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로 키울 것 같습니다. 이선영 시인님과는 일 년에 한두 번 한국 아동문학 모임에서나 만나 뵐 수 있는데,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시와 동시에 대한 창작 열정과 감성은 소녀에 못지않고 대구지역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문학 단체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계시고 작년에 시각장애 아동들도 읽을 수 있도록 첫 점자 겸용 동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점자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읽어보거나 접해보지 못했는데, 시인님의 어린이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비용부담이나 만드는 공정의 복잡성 등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자 겸용 동시집으로 만들어 저도 읽어보게 해주셨습니다.

"아래윗집 사이에/담이 없다면/오순도순 정다운/한집 마당 되겠지.//이 동네 저 동네/긴 담 튼 자리./모두가 쉬어가는/큰 공원 되고,//가슴 속 쌓인 담도/내가 먼저 허물어/돌아서서 손잡으면//정다워질 이웃들.//나라 사이 피 묻은 담/헐리는 그 날엔/모두가 살기 좋은/하늘나라 같을 걸."  -'담 없는 세상' 전문

이시향 아동문학가
이시향 아동문학가

며칠 후면 6·25 사변 70주년이 되는데, 위의 시를 읽어 보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담인 휴전선을 허물고 서로 손잡고 구천만 겨레가 마음의 담도 허물고 정다운 이웃이 되자고 합니다. 또한 저자는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치는 지금 어둠 속 한 줌 햇살로 날아가 가슴에 스밀 수 있는 따스한 글로 해맑은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고 싶어서, 오래 써온 동시로 그들의 고운 손끝 앞에 가까이 느끼게 해주려고 '아주 큰 부탁' 점자 겸용 동시집을 펴냈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시각 장애인 조정빈·고영광 어린이가 두 손을 꼭 잡고 저의 동요 '오월 아이들'을 부를 때의 감동이 지금도 또렷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진정한 시각 장애인은 시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헬렌켈러의 말을 믿으며 시각 장애인과 함께 읽는 동시집,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존재의 소중함을 나누는 동시집 '아주 큰 부탁'을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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