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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70년 전 오늘 한반도는 화염에 휩싸였다. 한국전쟁이다.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됐다. 당시 한국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참전용사들은 이제 대부분 고령이거나 이미 고인이 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겪은 전쟁의 쓰라린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고 후대로 길이길이 전해져야 한다. 한국전쟁은 여전히 20세기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지만 이제 많은 이들이 이날을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간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한결같이 자기 평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던 한국전쟁은 70년 세월이 흐르면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6·25전쟁은 지난 세기에 냉전의 막을 전 세계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한국인에겐 수많은 희생과 이산가족 등 아픈 기억을 남겼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적과 아군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국군의 뿌리 논쟁도 이어지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청소년들은 오늘이 전쟁 발발 기념일인지 조차 모른다. 안보 교육은 실종됐고 북한을 미화한 교재가 학교 교육 현장에 나돌고 있다.
 보훈단체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역사의식이 얕아진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교육기관에서 직접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보훈지청 등 보훈전문가들은 안보교육 예산 등을 늘려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 안보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울산보훈지청에 투입되는 교육예산은 전체 예산의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사업 신청을 할 때마다 추가로 사업비가 나온다 해도 교육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교육도 문제지만 현충시설에 대한 홍보나 관리도 문제다. 울산지역에도 6·25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충시설이 곳곳에 있지만, 시설의 위치를 모르는 시민이 많아 홍보와 함께 보훈의식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현충일이나 한국전쟁 기념일 등에는 추모식 등으로 화환이 놓여 있지만 평소에는 거의 찾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러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은 당연히 없다.

 올해는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에 부응하면서 가장 손쉽게 호국영령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방법을 내놓아 주목되고 있다. 6·25전쟁 전사자 17만 5,801명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온라인 롤콜(roll-call) 캠페인이 그것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 영웅들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오는 8월 14일까지 PC와 모바일을 통해 공개된 누리집(www.70rollcall.com)에 접속해 참여하면 된다. 여기에는 '롤콜'의 의미와 목적을 알 수 있는 홍보영상과 함께 17만 5,801명의 영상이 뜨는데 이 중 최대 10명까지 촛불을 선택해 클릭하면 전사자의 이름이 자동으로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잊혀져 가고 있는 호국영웅들의 이름을 찾아 거기에 감사의 말을 글로 남기는 이벤트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우리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숭고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울산은 6·25전쟁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해야 할 도시다. 6·25 전쟁이 발발한 날은 전쟁의 비극 속에서 자신의 한 몸을 조국을 위해 내던진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일제의 압정으로부터 괴뢰도당의 남침야욕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열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유월이다. 울산은 박상진 선생 등 애국충절의 열의를 온몸으로 실천한 열사들의 고장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0년 참혹했던 천안함 사태로 울산의 두 젊은 장병이 희생됐다. 고 손수민 하사와 신선준 중사는 북한 괴뢰도당의 천안함 폭침에 희생됐다. 그런 희생을 기억해야 하는 6월이기에 6·25전쟁 기념일이 초라한 일회성 기념일로 치부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장 우리의 현실을 보자.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지른 직후 이번에는 대남 전단지 살포와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라는 강경책을 내보이고 있다. 대규모 대남 비방 삐라(전단) 살포 예고에 이어 확성기 방송을 통해 냉전 시대의 심리전으로 복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확성기는 비무장지대(DMZ) 북측지역 일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확성기 방송 시설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했다. 철거 2년여 만에 재설치 작업이 이뤄지면서 앞으로 DMZ 일대에서는 확성기 방송을 통한 비방과 선전 등의 활동이 집중될 전망이다.

 시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한국전쟁 70주년은 예년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 지금이라도 안보의식을 새롭게 점검하고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선열들이 흘린 피와 땀의 숭고한 정신을 제대로 알리는 작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안보는 튼튼한 자주의식이 선행돼야 보장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하루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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