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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아름다운 동시 교실을 열고 계신 박일 선생님의 동시집 '손주병법'의 문을 엽니다. 무료로 가르치고 계시는데 저도 그 혜택을 받은 제자 중 한 사람이지요.

# 손주병법

"차렷!"
"열중 쉬엇!"
알아듣지 못하니까
보듬었다가
업었다가
까꿍
까꿍
유희를 하게 하면서
선생님도
할아버지도 무너지게 해요.
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행동
할아버지 이기는 법이거든요.

말귀 못 알아듣는 손주를 보면서 쩔쩔매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 손주가 셋이라는 선생님. 이 동시집의 그림을 박솔비, 박동하, 박한결 세 손주가 힘을 합해 멋지게 그렸습니다.

# 바둑두기

"할아버지!"
바둑 두기 해요."

"오냐,
한 수 배울까?"
"할아버지!
봐 주기 없어요."

"오냐,
져 주기도 없지."

시는 이렇게 썼지만, 손주와 둔 바둑에서 선생님은 분명 봐주었거나, 져주었을 겁니다. 절대로 누구 눈에 눈물 나게 하지 않을 분이라, 더구나 손주 눈에 눈물 나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주 사랑을 표현한 말입니다.
얼마나 예쁘면 그런 말을 할까요?
저는 아직 자식들이 미혼이라 손주가 없어서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주위 분들을 보면 자식과는 달리 손주는 무조건 예쁘기만 하답니다.
지금은 구순이 넘어 침대에 누워만 계시는 시어머님이 제 나이쯤이었던 시절, 손주들 보러 우리 집에 자주 오시고는 했습니다. 아들 발가락까지 거침없이 입을 맞추는 모습에 속으로 '저리 예쁠까?' 싶었지요. 손주가 생겨야 그 마음 알 수 있다니,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 해

거실에 해 하나 떠 있다.
색종이를 접고, 오리고, 붙여서
별 모양의 해 하나,
해님 속에
웃는 내 얼굴 담아
유리창에 붙여 놓았다.
'할아버지!
겨울에 따뜻하게 보내세요.'

이렇듯 오리고 붙여서 담은 손주 얼굴이 유리창에 붙어있으면 겨울에만 따뜻한 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마음 시린 날 없이 지낼 겁니다. 여름에도 무릎이 시리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손주들은 선물이고 만병통치약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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