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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콤플렉스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앞의 두 번 기고에서 트라우마는 콤플렉스를 만들고 그렇게 형성된 콤플렉스가 트라우마의 최종 예후를 결정짓는다고 했으니 이제 그 콤플렉스가 무엇인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콤플렉스(complex)란 우리 마음 깊은 곳, 흔히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이라 불리는 우리 정신세계 깊은 영역에 위치하는 '복잡한 심리복합체'를 의미한다. 

이 심리복합체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성적 반응과 좋고 싫고를 느끼는 감성적 반응에 모두 연관되며, 의지와 욕망, 더 나아가 우리 인격 전체에 견고하게 연결돼 우리 지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처음 주목했던 학자는 정신분석학 태동기에 프로이트와 쌍벽을 이루었던 융(Carl Gustav Jung, 1875년 7월~1961년 6월)이었다. 

그는 어떤 특정 단어에 대해 사람마다 그 연상과정이 다르고 어떤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거나 연상과정이 차단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이 콤플렉스 개념을 발전시켰고 이를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다. 아이스크림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보면, 보통은 달콤하다, 시원하다, 차갑다, 여름날이 떠오른다, 뭐 이런 답변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 질문에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는다면? 또는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화를 벌컥 낸다면? 그 사람에겐 뭔가 이 아이스크림과 연관된 '콤플렉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콤플렉스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각자의 주된 콤플렉스도 다르지만 같은 콤플렉스를 가졌더라도 그 구체적 나타남에 있어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이를테면 남자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아버지보다 어머니 품을 더 좋아하고, 자기의 이상적 여성상을 어린 시절 경험한 어머니 모습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서 개념화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같은 경우도 그 구체적 표현과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해 결혼해서도 엄마만 찾는 마마보이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구는 이 콤플렉스로 인해 평생 한 여인만 바라보는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선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 여성을 혐오하게 만들거나 평생 독신을 고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콤플렉스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 인생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그런 영향력의 증거는 우리가 현실적 상황과 맞지 않는 이상한 반응이나 행동을 보일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근거 없는 편견이나 지나친 호불호, 이해할 수 없는 강박과 집착,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뭔가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어떤 대상 앞에서 지나치게 위축되는 경우 등등 뭔가 우리가 만물의 영장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 특히 지금 현재 상황과 동떨어진 반응이나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대개 자신만의 콤플렉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혹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도 있을까? 단언하지만, 현재까지의 모든 심리학과 인문학적 입장은 그런 사람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신(神)의 경지에 있는 자, 처음부터 신으로 세상에 왔거나 아니면 해탈이나 득도를 통해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가능하다고 보겠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콤플렉스 프리 라이프(complex free life)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어쩌나? 만일 내 속에 이상한 콤플렉스가 있다면, 나는 평생 이상한 짓이나 하며 살아가야 하나?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이 역시 현재까지의 모든 심리학과 인문학에서 공통으로 인증하는 바다. 콤플렉스 없는 사람은 없지만, 그 콤플렉스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어떤 경우에는 그 콤플렉스에 목줄 잘 채워서 생산적인 목적에 그 콤플렉스의 힘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 

즉 굳이 신(神)이 되지 않아도 콤플렉스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 기고부터는 그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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