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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울산시민들의 안정적인 식수확보에 있다. 문화재청과 관변단체, 일부 우매한 학자들은 이를 두고 문화재에 대한 보존의식이 결여된 무지몽매한 시민이라는 말을 하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이야기다. 

식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울산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대곡댐과 사연댐은 1급수 수준의 맑은 물이다. 이 상수원을 포기하면 반구대암각화는 물에서 건져 올리게 되고 침수의 위험도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대체수원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이야기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가정해보자, 수도권의 상수원지역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발견됐다면 어떨까. 가령 팔당댐 근처에 반구대암각화와 비견될 선사시대 암각화가 발견된다면 문화재청은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문화에 대한 의식이 결여된 무지몽매한 수도권 주민들이 물을 포기하지 않고 문화유산을 사멸시킨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팔당댐의 물을 전부 포기하고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지키자고 외치는 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동조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식수는 당장의 생존문제다. 대안을 찾고 대체 수원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반구대암각화의 보존 문제는 벌써 해결됐을 일이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에 위치한 세계유산이라는 이유로 반구대암각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런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민선 7기 후반기를 맞은 송철호 시장이 반구대암각화 문제를 자신의 후반기 시정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성장 일변도나 개발사업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첫째 과업으로 지목한 안목에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다. 문화에 대한 애정,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이 이 정도라면 이번에는 정말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송철호 시장은 이번 주 초 울산시청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과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를 해결하면서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약속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물을 끌어오는 관로 건설과 사연댐 수문 설치로 맑은 물 공급과 암각화 침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며 "이 방안 자체를 한국형 뉴딜로 제안했고 중앙 정부에서 상당한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방안이 채택되지 않으면 채택되도록 하겠다"며 "이 사업이 한국판 그린뉴딜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제 정부의 지원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에 맡겨놓은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는 아무런 성과 없이 10년 세월만 흘려보냈다. 사연댐에 구멍을 내서 수로를 만들자는 목소리부터 무조건 물을 빼라는 억지까지 문화재청은 보존보다는 갈등만 유발했다. 사연댐을 없애는 문제는 물론 가능한 일이다. 공법상 문제가 있다면 댐 측면에 새로운 여수로를 만들어 물을 빼는 작업을 하는 공사도 대안이 될 법하다. 

하지만 모든 전제조건은 무조건 낙동강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하고 낙동강 물의 안전성과 수질은 수자원공사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전제가 깔리더라도 또 하나의 관문이 있다. 바로 수질이 나쁠 수도 있는 낙동강 물을 기꺼이 먹겠다는 울산시민들의 합의다.

여기서 물 문제를 검토해 보자. 울산시가 낙동강 물을 계속 끌어쓴다면 한해 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 하루 12만 톤에 달하는 물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다. 더 큰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낙동강의 수질 악화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이상 청정수를 공급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요즘 같은 기후조건이라면 당장 내년부터 울산은 하루 12만 톤의 청정수원 부족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은 최근 5년간 일일 평균 33.7톤의 청정수를 사용해 왔다. 부족한 물은 낙동강에서 공급받았다. 현재의 3배에 육박하는 부족한 물 12만 톤을 낙동강 물로 충당하게 되면 원수대금만 연간 97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원수대금은 톤당 223원이다. 여기다 톤당 170원씩 들어가는 물이용부담금까지 더하면 물을 끌어오는 비용만 107억원에 달한다. 물이용부담금은 톤당 170원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비용까지 더하면 자체원수만을 공급할 때보다 총 181억원이 더 들어간다. 낙동강 물은 수질이 나빠 고도정수처리가 요구되는데 일반공정 112.56원보다 21.53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수치는 몇 년 전의 계산법이어서 지금은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감성적인 호소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송 시장의 맑은 물 대책이 한국형 뉴딜로 진행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반구대암각화 보존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그 모든 해법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조속한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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