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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었다고 너무 고지식해선 안된다. 어떤 것이 가장 마땅한 것인지 잘 생각해 융통할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한다. 고집부리는 것은 소인배나 다름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너무 고지식해선 안된다. 어떤 것이 가장 마땅한 것인지 잘 생각해 융통할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한다. 고집부리는 것은 소인배나 다름없다.

'주말에 만나는 인문학' 두 번째 순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집안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 한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을 뿐인데 어느새 다 늙어버렸더라"고 말하는 아버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고전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전 이해를 위해 알아야 할 배경이야기와 함께 아버지들에게 전하는 고전 속 가르침을 박삼수 교수와의 대담으로 풀어본다.

- 고전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공자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공자사상의 탄생 배경과 그 핵심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가를 알아야한다. 공자사상은 2,500년 전 춘추시대 말엽 혼란한 시대에 등장했다. 부패와 탐욕으로 일반 백성들이 힘든 삶을 살게 되자 공자 같은 성현들은 세상 걱정을 했다. 그 고민의 중점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 즉 어떻게 '구세(救世)'할 것인가였다.
구세의 방법은 인간 본성인 '인(仁)'을 핵심으로 한다. 공자는 인간 본연의 마음은 인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후천적으로 욕망에 눈이 멀어 인한 마음이 사라지고 불인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난세가 펼쳐진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군주다. 공자는 집권세력의 개인적인 탐욕으로 인해 민중들이 희생됐으며, 결국 인간이 본연의 마음인 인한 마음을 회복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공자는 잃어버린 '인'을 다시 되찾기 위한 구세의 방안으로 도덕 수양을 강조했다.

- 공자가 말하는 '인(仁)'이란 정확히 어떤 것 인가
△ 공자가 말하는 '인'은 일반적인 '인'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공자는 '인'의 핵심으로 '애인(愛人)'을 꼽았다. '애인'이란 흔히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인'은 다시 '충(忠)'과 '서(恕)'로 나눴다. 공자의 '충'은 온 정성과 성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일하는 것을 일컫는다. 단순히 임금과 나라에 충성한다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현대의 '충'의 의미는 통치자들이 이용하기 위해 왜곡한 것이다. 공자는 성심성의껏 주변인물과 일을 대하는 것이 '충'이며, 이를 행할 때 성과가 있고 그것이 주변에 기여를 할 것이라 여겼다.

'서' 또한 '용서하다'는 뜻에서 나아가 '내 마음으로부터 미루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게 하지마라는 의미다. 남을 헤아리고 배려하며 같이 해보자 해야 하는데 '갑질'만해서 되겠는가. 배려, 이해, 소통하며 사람을 사랑하자는 것이 결국 공자의 뜻이다.

- 공자가 말하는 '인'이란 결국 일차적으론 나를 위한 것이지만, 나아가 주변인과 사회, 국가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발판이 되는 듯하다. 이 시대를 사는 아버지들 또한 자신을 바탕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고 가족을 위해 살다보니 어느새 훌쩍 세월이 흘러있더라고 말한다. 이러한 아버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올바른 역할과 처신에 관한 공자의 말씀이 있다면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는 않는다" (子曰: "君子貞而不諒")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천하만사에 있어 반드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도 없고, 또 절대로 어떻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없으며, 오직 알맞고 마땅함에 따를 뿐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인생에 딱 떨어지는 철칙이란 게 있을까. 불변의 철칙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의 원칙을 무조건 끝까지 고집해서는 안 된다. "君子貞而不諒"를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다. 모든 일에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처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란 존재가 자식에게 '옳고 바름'을 요구해놓고, 말을 바꾸면 자신의 권위가 위태로울까봐 밀고 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계획대로 생각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세상이 변하는데 기민하게 응변할 수 있어야한다. 이유와 필요성이 설명 된다면 수긍해야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너무 고지식해선 안된다. 어떤 것이 가장 마땅한 것인지 잘 생각해 융통할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한다. 고집부리는 것은 소인배나 다름없다.

● 현명한 자녀교육법이란…
성실·끈기·덕성 기본 바탕으로
포부 갖도록 길잡이 역할 중요
꿈이 커질수록 자신감도 커져


- 고전에서 강조하는 현명한 자녀교육법이란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는 두려워할 만한 존재거니, 그들의 미래가 어찌 현재만 못할 것이라 단정하랴? 사람이 마흔 살 쉰 살이 되어서도 명성이 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지 않도다"(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

공자는 젊은이의 가치를 높이 샀다. 젊은이는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니까 속단하지 말라는 거다. 내 자식이라 성에 안찰수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선 큰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꿈이 작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할수록 바보가 되어간다. 시험에는 기술자가 되지만 인간적으로는 자신의 생각도 없고, 멍한 상태다. 좋은 대학가고 취업하고 그냥 먹고 사는 것이 꿈이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부모가 특히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인 것은 인정하고 필요한 노력을 하되, 매몰돼선 안 된다.

꿈은 허황될 정도로 가져야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 그래야 무한한 잠재력이 나온다. 일단 큰 꿈을 갖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포부를 가지게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근심걱정은 누구나 하지만 꿈이 큰사람은 스스로 도닥이고, 더 다짐을 한다. 꿈이 크니까 자신을 극복하는 힘이 생기는 거다.

결국 아버지 본인도 본인이지만, 자녀를 염두에 둔 존재다보니 자식들에게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하면 좋지 않을까.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갖고 공부하는 것과 할 수 없이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국가사회에 이바지 하는 생각까지도 할 수 있게끔 부모들이 격려, 훈육, 지원 등을 통해 시야를 넓게 이끌어줘야 한다.

공자의 이론에 따르면 큰 꿈을 향해 '충' '서'의 마음으로 나아가면 기본적인 생계문제는 절로 해결된다고 봤다. 생계문제 이상의 무언가를 목표를 두고 열심히 하면 기본은 해결된다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리마란 사실 그 힘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덕을 칭송하는 것이다"(子曰: "驥不稱其力, 稱其德也")

"驥不稱其力, 稱其德也"란 공자의 말씀도 자녀교육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말은 능력보다는 덕을 칭송하는 것으로,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내는 것이다. 능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끈기와 인내, 덕 없이는 큰일을 못한다. 아무리 천재라도 상당한 기간에 노력을 기울여야 큰 것을 만들어 낸다. 비상한 재주만 있고 성실, 끈기, 덕성이 없어서는 일을 못한다. 밑바탕에 자리 잡은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재주가 나쁜 곳으로 쓰여 사단이 난다. 아무리 재주가 타고나도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해선 힘든 과정을 열심히 버텨내야 한다. 

공자는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에서 이처럼 근본적인 의의가 있는 점들을 부각하고 일깨워 줬다.
인성, 덕성이 왜 중요한가. 어쨌든 사람은 가족과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사회관계를 살아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녀교육은 인성, 덕성을 바탕으로 그것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 돼야 한다.  강현주기자 uskhj@
 

● 박삼수 교수
경북대학교, 타이완(臺灣)대학교, 성균관대학교에서 각각 중문학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 중문학과 교수, 출판부장,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동아시아언어학과 방문교수를 거쳤다.
현재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중국 산동사범대학교 대학원 교외논문지도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는 '쉽고 바르게 읽는 논어''쉽고 바르게 읽는 노자''공자와 논어, 얼마나 바르게 알고 있는가?'' 장자'' 손자병법''왕유 시전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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