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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공부로 축적된 흔적이다. 생각과 행위는 공부의 결과물이다. 행위의 원천인 지혜는 공부로 습득된다. 공부가 지혜의 원천이다. 성공도 실패도 인간에게는 모두 공부다. 공부란 인류가 만들어 낸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더 하거나 재창조해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변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공부는 학교를 기점으로 모습이 달라진다. 한 사람의 공부는 학교를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시스템에서 학교 공부는 교과서 중심의 시험공부라 할 수 있고, 그 이후는 삶의 경험을 토대로 인생 공부라 할 수 있다. 물론 학교에서 공부한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으로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는 수직적 계열성을 가진다. 전자는 시험을 위한 좁은 공부이고 후자는 삶을 위한 넓은 공부다. 
 
학교 공부가 좁은 공부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학교 교육의 최종 종착지가 수능시험이다. 그 중간에 정기고사가 있다. 우리 교육에서 시험은 교육을 지배하는 절대적 존재다. 짧게는 정기고사를 위해 걸어가고 있고 길게 보면 수능을 위해 가고 있다. 시험과 거리가 있는 교과 활동은 등한시한다. 시험 성적으로 대학과 삶의 진로가 결정되는 현상으로 전인교육은 호수의 부유물처럼 표면에 떠 있다. 고등학교 학생은 시험공부에 집중해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불확실하다. 시험공부는 교과서 지식을 다루는 좁은 공부다. 교과서 밖의 큰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다. 인생 공부는 고전도 읽고 사설도 접하며 시험과 직접 상관없는 그런 공부를 말한다. 
 
특히 이번 학기는 코로나로 휴업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기말고사가 코앞에 있다. 그것을 위해 학습 진도를 나가야 한다. 배운 내용이 있어야 시험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습자의 학습 정도를 개인별로 점검하면서 진도를 나가기가 어렵다. 어쩌면 학교는 시험의 시곗바늘에 학사일정이 맞춰져있다. 
 
시험공부는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시험공부는 점수를 높이려는 공부다. 점수를 잘 받으려면 수업에 충실하고 배운 내용을 이해하여 오래 기억해야 한다. 이해력과 기억력의 싸움이다. 시험공부로 길려지는 능력은 반복 학습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여 기억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면서 기억력을 발휘해서 암기하는 방식은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
 
과거 농업 사회부터 지금까지 인간에게 필요한 주요 능력은 정해진 교육을 성실히 이수해 좋은 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되어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능력이었다. 4차 산업이 진행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간의 능력은 호기심, 상상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공감 능력 등이라고 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인간의 지식노동마저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는 시대가 됐다. 모든 정보와 지식을 스마트폰에서 즉시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이제 암기력을 바탕으로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끊임없는 호기심이 넓은 공부의 시작이다. 호기심만 있다면 인터넷이 있어 혼자서 배우기 좋은 환경이다. 이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상상할 수가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 상상한 것들을 단지 머릿속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역량이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능력인데, 이 창의성이야말로 앞으로 아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사회는 초연결 사회로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들은 넓은 공부를 지향하여야 가능하다.
 
우리의 교육 체제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는 어떻게 진짜 공부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이 시험공부라는 좁은 공부에서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인생 공부라는 큰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학생을 기특하게 바라보자. 연애소설을 읽고 있는 학생을 인생 공부한다고 생각하자. 교과서 밖의 세상을 탐닉하는 모습을 용인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들이 배경지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지적 능력의 폭을 넓혀 줄 수도 있다. 교사는 시험 점수가 아닌 통달을 위해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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