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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태화강 하구의 국내 최대 바지락 씨조개 어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된 울산시의 동천 준설공사(본보 2020년 6월 16일 1면 보도)가 부실한 사업 검토를 바탕으로 한 마구잡이식 공사로 하천 생태계를 파괴한 것은 물론 준설한 모래 매각에서도 부실 정황이 드러났다.

계획된 전체 3단계 공사 중 올해 3월까지 끝낸 1·2구간에서 퍼낸 모래 38만㎥를 처분하면서 시중가 이하로 헐값 매각한 것은 감정평가 부실 의뢰가 원인으로 꼽혔고, 이를 근거로 한 실제 매각 과정에선 감정평가액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팔린 사례도 확인됐다.

6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동천 준설공사에서 나온 모래를 매각하기 위해 감정평가법인 2곳에 감정을 의뢰해 2018년 1월 이들 법인으로부터 각각 ㎥당 7,800원과 7,500원으로 산출된 감정평가액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업체 모두 감정평가를 위한 조사지점은 동천 상류 삼일교와 중류 외솔교, 하류 동천교 3개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를 토대로 체가름과 조립률 시험방식으로 각각의 결과를 도출해놓고도 감정평가액은 평균가 1개만 산출했다.

동천의 모래는 상·중·하류 구간에 따라 질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각각의 감정평가액을 산출해 매각 기준가격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울산시는 어떤 영문인지 구간별로 시험을 의뢰했으면서도 감정평가액은 구별해 따로 받지 않았다.

골재업자들에 따르면, 동천 하류의 모래는 뻘이 많이 섞여있어 질이 떨어지는 반면, 외솔교에서 삼일교를 거쳐 시례삼수교까지의 중·상류의 모래는 질이 좋고 삼일교 위쪽은 별도의 세척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상품임에도 ㎥당 가격이 7,000원대로 평가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울산시는 감정평가액을 산출한 기준시점이 2018년 1월인 점을 고려해 실제 매각은 시세 등을 적용해 기준액은 ㎥당 8,580원으로 올려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두 14차례에 걸쳐 6개 업체에 총 37만 8,799㎥의 모래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매각단가가 울산시의 예정가격 8,580원을 초과해 낙찰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1단계 공사에서 나온 모래 21만 8,729㎥를 많게는 5만 5,300㎥에서 적게는 3만 5,000㎥로 나눠 6차례에 걸쳐 매각을 진행했는데, 다른 업체의 경우 입찰 예정가를 웃도는 선에서 낙찰된 반면, 유독 L산업개발이 5만 5,000㎥씩 2차례에 걸쳐 낙찰받은 단가는 ㎥당 각각 7,010원과 5,867원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공교롭게도 L산업개발이 최저가로 7만㎥의 모래를 확보한 두 번의 입찰은, 2~5개사가 응찰한 다른 때와 달리 응찰 업체가 없어 4번씩이나 유찰된 뒤 5번째에 그것도 단독 응찰해 당초 예정가보다 20~30% 낮은 헐값에 낙찰받기도 했다.

이는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세 번째 입찰부터 매각 예정가격을 10%씩 낮출 수 있는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78조 2항의 규정을 염두해 둔 업체들의 담합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뿐만 아니라 울산시가 관련법을 위반해 예정가격을 낮춘 사례도 있었다. 2단계 구간에서 퍼낸 모래를 첫 매각한 2차분 1공구 2만㎥는 D산업에 돌아갔는데, 울산시는 어찌된 일인지 한차례 입찰에 응찰자가 없자 두 번째 입찰에서 예정가를 10% 가까운 780원을 낮춰 7,800원으로 정해 단독 응찰해 8,030원을 써낸 D산업이 낙찰되도록 했다. 

특히 감정평가액 도출보다 더 이상한 것은 실제 매각금액이 모래 질과는 다르게 결정된 점이다. 상식적으로 모래의 질이 좋은 중·상류의 매각단가가 높아야 하는데, 실제는 질이 떨어지는 하류의 모래가 매각단가 최고액에 낙찰되기도 했다.

실제 하류의 1단계 공사구간에 퍼낸 모래 중 첫 5만 5,300㎥를 매각 입찰에는 5개 업체가 응찰해 결과는 예정가 8,580원을 훨씬 웃도는 1만 340원에 S해운이 낙찰받았다.

반면, 중·상류 2단계 구간에서 준설한 16만㎥의 모래는 1차분과 달리 2만㎥씩 정확하게 나눠 8차례에 걸쳐 5개 업체에 매각됐는데, 하류의 모래에 비해 질이 좋았지만, 매각단가 최고액은 ㎥당 9,240원에 그쳤다.

특이한 것은 2차분 여덟 번의 입찰 중 2개 업체 이상이 응찰한 것은 3차례뿐이고, 나머지 5차례는 1~3번 유찰된 뒤 1개 업체가 단독으로 응해 낙찰됐다는 점이다.

울산시는 동천 모래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매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전자자산처분시스템에서 전자입찰방식으로 진행했고, 입찰 참가자격이 골재채취업 등록업체 및 적정규모 활용 가능한 야적장 보유 업체로 제한해 참여업체가 많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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