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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0199는 전국에 있는 시군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이다.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 때 24시간 언제라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등으로 이 전화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5개 구군 센터에서도 금년 2월 이후 이 전화를 통해 4,500건이 넘는 코로나19 심리지원 상담을 시행했는데, 불안, 우울, 죄책감, 두려움 등과 같은 정서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과반 가까이는 신체적인 반응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피로감을 호소했으며,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를 보이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인지적인 증상을 보이는 분들과, 소수에서 음주량이 늘고, 고립이 되고 의심이 많아지는 행동적인 반응으로 보이는 분들이 있었는데, 동일한 분이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4년보다 길게 느껴졌던 지난 4개월간의 나날이었다. 하루 1,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을 때, 어떠한 논란에도 흔들림 없이 사람을 살리려고 했던 용감하고 진실한 노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달라진 우리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과 대담한 결정을 이끌어냈던 의료진들과 방역 당국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 본진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여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시작된 이태원 발 지역사회 감염이 2차 대유행으로 갈 지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는 팬데믹을 막기 위한 봉쇄와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예상되는 실업대란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는 인간 생명권의 약한 고리부터 끊어나가기 시작해서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부터 피해를 주고 있고, 고용 한파는 경제적인 취약 계층의 희망부터 앗아가고 있다. 최고의 문명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이 최악의 재앙을 겪고 있는 것은, 그러한 약한 고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문명만이 지속 가능하다는 계시처럼 여겨진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재난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처럼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비롯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또한 재난과 공포의 시대에 대비한 영혼의 양식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생존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생존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재난의 시기에는 먼저 정신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 존재의 생존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은 무엇보다 생존의 기술이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삶에 절망한 한 젊은이가 목숨을 버리려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다가 수면 위에 앉아 있는 한 갈매기를 바라보게 된다. 그때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가 갈매기를 덮치려하자 하늘로 솟구쳐 날아가는 갈매기를 바라본 찰나 갈매기가 날아올라야 하듯이 자신도 주어진 생명을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되돌아서 나오게 된다. 갈매기는 파도가 덮치는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 또한 이미 알고 있다. 명상은 이와 같이 파도가 덮치는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면의 지혜를 일깨움으로써 그 순간에 보다 적절한 행동, 현명한 행동, 창의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지혜는 우주가 빅뱅 이후 138억년 동안 붕괴되지 않을 수 있었던 내재적인 지성이 우리 안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라 해도 좋다.  
 

명상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이든 싫어하는 경험이든 구별하지 않고 매 순간의 경험에 대해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의 훈련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현재 순간에 대한 의식적인 주의, 수용, 탈융합, 그리고 자기에 대한 관점의 변화. 
 
명상은 자신의 주의를 현재에 두는 주의조절의 훈련이다. 주의조절이란 주의를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둘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것은 정신건강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순간의 마음과 몸의 경험에 의식적으로 접촉하여 그것을 알아차릴 때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고 이 깨어있는 의식이 재난과 위기의 순간에 보다 적절하고 현명한 반응을 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수용이다. 수용이란 현재 순간에 자신이 주의를 두고 있는 경험이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구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이다. 수용하는 연습을 통해 그것이 재난이든 일상의 스트레스든 현실에서 달아나지 않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과 세상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용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는다.
 

우리의 마음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어떠한 생각과 감정, 충동과 같은 의식의 내용물들이라도 현재 순간의 경험에서 도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면서 관찰해보면, 그 어떤 것이라도 단순히 왔다가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 신체 감각을 고정불변의 자신으로 집착하여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탈융합이라고 한다. 이러한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기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매 순간 경험하는 의식의 내용은 단지 왔다가 지나가는 일시적인 나, 지나간 과거의 나, 습관으로서의 나, 보여지는 대상으로서의 나 이며, 지금 이 순간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주체로서의 '나'는 늘 새롭게 샘솟는 샘물처럼 어떠한 재난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각 그 자체로서의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습관에서 벗어나고 엄청난 해방과 정신의 자유를 얻는다. 
 

의식의 내용물을 수용적으로 자각하는 연습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그것들과 융합되어 끌려가지 않는다. 삶의 역경과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든, 우울이든, 두려움이든,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이 아니다. 그것 이상이다. 그것에 의해 규정되거나, 조종되거나, 조건화되거나 결정되지 않고, 단지 그것들과 함께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 고통은 내가 아니다" “이 우울은 내가 아니다" “이 생각은 내가 아니다"고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단하게 동일화되어 있던 과거의 트라우마도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가 된다. 의식의 내용물에 끌려가는 마음의 노예 상태에서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고통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든 삶의 역경이든 그것들과 기꺼이 함께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건강관리와 교육, 교정은 물론이고 기업 경영자, 스포츠 선수 나아가서 군인들과 같이 극한적인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삶은 재난의 연속이 아닐까? 감염병의 대유행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생명기술, 정보기술의 편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비롯해 21세기는 재난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이들이 많다. 명상은 재난의 시대에 우리의 생존 배낭에 꼭 갖추어두어야 할 필수 항목이 아닐까? 이를 위해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무료 명상 앱 <마음의 달인>을 개발했다. 물론 울산 시민이 아니어도 무료다. 많은 분들이 두루 유용하게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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