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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 재해 예방을 내세운 동천 준설공사로 태화강 하구의 전국 최대 바지락 씨조개 어장과 야생동물보호구역의 환경을 파괴(본보 2020년 6월 16일자 1면 보도)한 울산시가 남은 구간의 공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내놓은 궁여지책인 셈인데, 본말이 뒤바뀐 때늦은 결정인 동시에 동천 지방하천 하상정비공사가 애초부터 무리한 공사였음을 울산시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문제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공사로 황폐화된 바지락 어장과 태화강과 동천 합류부 야생동물보호구역의 환경을 이전 단계로 복원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태화강 하구의 환경 복원은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울산시는 올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이었던 동천 하상정비공사 3구간 공사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업비 9억6,800만원을 들여 태화강 합류부에서 시례잠수교까지 동천 6.4㎞를 1·2구간으로 나눠 준설공사를 마친 울산시는 나머지 시례잠수교에서 북구 천곡2교까지 3.5㎞ 3구간 공사를 내년 상반기 안에 마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올해 2차 추경을 통해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5억원을 확보했으며, 계획대로라면 이달 초 업체 선정을 거쳐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었다.

3구간에서 퍼낼 모래량은 18만㎥에 달했는데, 사실상 공사 중단 결정으로 동천 상류의 모래와 하천 생태계는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울산시는 결정 이유로 준설공사에 따른 환경성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판단으로 여겨지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결정이란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울산시의 공사 중단 결정은 지난 3년간 진행된 동천 준설공사가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공사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어서 공사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히는 절차도 한층 수월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동천 준설공사로 인한 피해 복원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매년 평균 4~5억원의 수익을 올리던 바지락 씨조개 어장은 공사 이후 모래 공급이 끊기면서 뻘층만 남아 아예 어장 구실을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조업을 포기한 어민들은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동천 준설공사로 결딴 난 곳은 바지락 어장뿐만 아니다. 동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합류부는 모래톱과 억새밭이 어우러진 천혜의 철새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어 경관보존지역인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동천 준설공사 후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수심이 깊어졌고, 철새 먹이인 재첩이 줄어 이곳을 찾는 철새 종류와 개체수도 점점 줄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서의 역할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태화강 하구의 모래는 거의 전량 동천에서 공급되는데, 대규모 준설공사로 모래 유입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에 하구의 생태환경은 단기간 내 복원은 어려운 상태다"면서 "생태도시를 내세우고 있는 울산시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바지락 어장 존재 사실조차 몰랐다는 엉터리 공사로 환경적 재앙을 자초한 울산시의 뒷설거지도 엉망이다.

문제의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았던 울산시 하천계획담당과 건설과장은 이달 초 정기인사를 통해 중구와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피해 인과관계 조사 등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울산시의 동천 하상정비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위법성'을 판단해 달라며 행정안전부에 보낸 질의서에 대해 회신이 늦어지자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채차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민원처리기준은 일반 민원인의 경우 2주 내 처리하도록 기간을 정해놓았으나 정부기관 간 업무협의 등은 처리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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