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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사분오열이다. 자칭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이 남매의 민낯을 까발린 대북전단을 쓰레기로 칭하자 통일부가 한 달 만에 전단살포 단체를 단죄했다. 통일부가 설립허가를 취소한 탈북민단체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2곳이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인간쓰레기"라고 패악을 떤지 한 달 만이다. 통일부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당시만 해도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의 입법 취지와 법체계에 비추어 자체적으로 대북 전단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대북 전단과 페트병이 남북교류협력법상 '승인받지 않은 반출물'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꿨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북한 눈치보기'가 아니라는 말이 멋쩍게 됐다. 

이번에는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외교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자가 미국을 향해 대놓고 급박까지 했다. 송영길 의원 이야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재미 교민사회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북한은 경제적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압박 상태에 놓여있고,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미국이 응답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군사적 긴장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장거리 미사일로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놓고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를 풀라고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포럼이지만 대한민국 국회 외교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외교는 그렇다 치고 내정은 어떤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자 급기야 집권세력의 재테크 첫째인 투기성 아파트 팔아치우기가 충성경쟁 하듯 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다. 내로남불에 공정을 내세운 불공정 사회가 중산층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로 인국공 사태 때 20대 취준생들의 분노지수를 끌어올린 현정권이 부동산으로 서민층에까지 외면을 받자 내놓은 비상대책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뿔싸, 아랫도리 사건이 또 터졌다. 이제 너덜거려 더 이상 꿰맬 수도 없는 도덕적 자존심이 박원순 사태로 완전히 패가망신 상태가 됐다.

박원순 사태는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똑같은 사안인데도 완전히 다르게 반응하는 현 정부의 실세집단은 박원순 사태로 민낯이 드러났다. 바로 자살에 대한 반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알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랫도리 사건은 여든 야든 어떤 정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유난히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일관성이 안 보인다. 

과거 정치권에선 자당 소속 정치인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면 진위가 명확히 규명되기 이전이라도 사과하거나 최소한 유감 표명을 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어떤 경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앞서 사과하고 징계조치를 내려 국민들을 되레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박원순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침묵했고, 말장난의 달인 경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박원순의 범죄혐의에 커튼을 쳤다. 

안희정 사건 때를 돌이켜 보자.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안희정의 비서로 오랜 세월 함께한 김 모 씨가 한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안희정의 성추행 의혹을 고발했다. 김 씨는 안희정 지사가 "너는 나의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추며 그림자같이 행동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의 변태적인 우월의식이다. 해외출장 중의 성추행이 문제가 되자 안희정은 비서에게 "잊어라, 스위스와 러시아에서 본 풍경을 생각하라"며 "괘념치 마라"는 황제가 시종 다루는 듯한 발언까지 한 문자도 공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여가부는 즉각 안 지사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거돈 부산시장 때는 어땠나. 오 전 시장은 사건이 불거지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지만 오거돈이 사퇴의 변에서 밝힌 내용으로 미루어 봐도 전형적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다. 오거돈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으며, 이것이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라는 언어적 유희로 자신에게 돌아올 파렴치범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관용의 원칙하에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사과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실형을 받았다.

박원순의 범죄혐의는 특별히 다를까. 박원순의 전 비서가 4년간 겪은 성폭력 실태는 매일같이 새롭게 공개되고 있다. 피해자 측은 "박 시장이 집무실에서 샤워를 하며 벗어놓은 속옷은 피해자가 직접 집어 처리하고 새 속옷을 가져다주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여성 비서가 낮잠을 깨워야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 수행비서 대신 피해자가 내실로 들어가 박 시장을 깨워야 했고, 박 시장이 주말 새벽 조깅을 할 때도 '여성 비서가 나와야 기록이 좋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출근하게 했다.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혈압 측정을 시키고 "자기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온다"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피해자 측은 이를 "북한의 '기쁨조'와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문제는 박원순을 둘러싼 비서실 조직의 암묵적 범행 방조혐의에도 있다. 시장의 행동을 만류해야 할 비서실 조직은 되레 성추행·성차별을 방조하고 가해에 동참했다. 이른바 '6층 사람들'로 통하는 이들은 대부분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으로 박 시장에 의해 별정직으로 발탁된 최측근들이다. '한통속'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이 '시장이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기쁨조' 역할을 묵인하고 이를 문제 삼으면 되레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결이 다르지 않은 사안을 두고 민주당과 여가부, 청와대는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을 하는 것인가. 답은 진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세력은 30대와 40대 여성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온 사람이다. 이 때문에 여성과 인권문제는 민주당이 특허권을 가진 것처럼 독점해온 아젠더다. 안희정, 오거돈은 고개 떨구며 스스로 죄를 인정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박원순은 장렬히 마지막을 선택했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그의 행위는 공소권이 없다. 마지막까지 고인의 명예를 지켜야 자신들의 출구가 보인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180석의 집권당이라는 우월감에다 매주 두세 번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자신감이다. 코로나가 터져도 윤미향의 비리고발이 이어져도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만이다. 

실제로 오거돈 시태와 윤미향 비리혐의 등 여권 인사 관련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니 집권당 대표는 언론을 향해 XX자식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눈을 부라리고 "어디 감히~"이런 식이다. 그런데 아뿔싸, 둑이 터졌다. 민심이 이반 중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가 역대 최저치를 향해 내리막길이고 상대도 안 돼 보이던 미래통합당과 오차범위까지 지지율이 좁혀졌다. 

공자는 인생을 70년쯤 살면 종심소욕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자신의 맘대로 해도 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000년 전의 이야기니 그 나이가 이제 90세 정도로 보는 게 맞다. 그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들의 세상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쳐다보면 구역질이 나는 자들이 국민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정의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런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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