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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53회의 전시회를 개최한 회화 작가이자 '흐르는 물은 시간의 게스트하우스다'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은 시와 같이 함축적이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본인이 쓴 시와 연결되어 있는 독자적인 작업 방법을 가졌다. 그녀의 회화작품 '접화군생 미인도' 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로봇과 한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선정한 주제이며 그림은 마치 사진을 보는듯한 매끄럽고 완성도 있는 붓터치로 표현했다. 

현대의 산물인 로봇이 한복을 입고 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까닭은 박연숙 작가만의 특별한 작업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한복 원단을 구입해서 직접 바느질을 하며 한복을 만든 다음 로봇과 조형적으로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구도를 바꿔가며 여러 차례 사진을 찍어 충분히 검토한 뒤 작업에 임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면적 표현방법에 있어 사실적 기법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지기 위해 유화물감을 옅게 여러 번 덧칠하는 과정을 거친다.

'접화군생 미인도'에서의 '접화군생(接化群生)'은 신라 시대 학자인 최치원의 난랑비서에서 원문을 볼 수 있다. 

우수한 인재였지만 6두품 출신이라는 이유로 은둔하는 삶을 살아간 최치원은 신라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혜안으로 접화군생을 말한다. 만물과 접하며 조화롭게 된다는 의미이며 유교, 불교, 도교 3교의 조화로움을 이르고 더 나아가 전통 풍류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본 작품에서의 접화군생이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짓지 않고 남성 중심적인 거칠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유연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공존되어 조화로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박연숙 作 '접화군생 미인도'
박연숙 作 '접화군생 미인도'

작가의 접화군생적 사상은 그녀의 시 '고인돌, 신인묘합(神人妙合)의 멋' 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조화인 고인돌은 본인의 회화 작품처럼 예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이다. 

'자연과 인간이 현묘(玄妙)하게 접화된 신인묘합의 멋이더이다.' 라는 구절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닌 검고 묘한 고인돌처럼 자연과 어우러진 사회를 추구하는 작가의 접화군생적 메타의식을 엿 볼 수 있다.

박연숙 작가는 여성이 약하고 결핍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닮은 유연한 생산자로 남성과 다른 장점을 가진 독자적이고 차이가 있는 객체라 여겨 여성으로서의 능동적 주체를 인식하고자 했다. 로봇으로 남성성을 표현한다면 한복과 전통장신구는 여성을 대변하는 소재로 주로 박물관이나 사극, 고문서 등을 통해 전통의상과 장신구를 연구한다고 밝혔다. 소재 연구를 통해 '로봇'이라는 차가운 매체에 전통 소재를 따스하고 부드럽게 매치하고자 했다.

따라서 '접화군생 미인도' 에서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상이 아닌 사회를 조화롭게 하는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제 3의 미인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우러져 서로 상생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회화와 시에서 나타난 작가의 접화군생적 가치관은 조화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사안을 담고 있다. 최치원의 접화군생 사상이 화랑정신의 기틀이 되고 더 나아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되듯 작가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조우하여 더 나은 앞날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작품을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쉼 없이 연구하며 작업에 임하는 박연숙 작가의 입가에는 미래에 밝은 메시지를 전하는 고졸(古拙)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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