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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UN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달 17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UNDRR 방재안전도시 인증서를 전수받은 후 김윤일 울산시 시민안전실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가 'UN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달 17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UNDRR 방재안전도시 인증서를 전수받은 후 김윤일 울산시 시민안전실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산과 강, 바다를 낀 도심에 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를 머리맡에 둔 울산. 덕분에 경제적 풍요를 누렸지만, 그 대가로 늘 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도시였다. 사흘이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지는 국가산단은 '울산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고,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과 폭우에 도시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여기에다 지난 2016년 7월과 9월 울산 지진과 경주 지진에 이은 태풍 '차바'의 상처는 자연재난에 무감각했던 당국과 시민들에게 재난 대비에 대한 인식을 무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시민들의 안전 의식은 차츰 개선됐고, 최근 사회 각 분야의 안전 인프라도 눈에 띄게 확충되면서 울산은 '위험도시'에서 '안전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그 증거가 지난달 공식 인증 받은 'UN방재안전도시'다. 이를 계기로 울산이 지속가능한 안전 도시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 전세계 4326개 도시 중 51곳만 인증
4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울산은 저주받은 땅이었다.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5.0의 지진과 9월 12일 5.8의 경주 지진도 모자라 10월 5일에는 태풍 '차바'가 울산에 300년 빈도의 물 폭탄을 퍼부으며 엄청난 수해를 냈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은 울산은 쑥대밭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 때의 아픔과 기억이 '안전'의 새싹을 돋게 한 힘의 원천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울산은 이후 안전에 대한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지진이나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난은 물론 국가산단과 원전 등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재난에 대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매뉴얼을 만들고 안전시스템도 하나둘 착착 갖춰 나가고 있다.
 
지진으로 무너질 수 있는 다리와 공공건물, 중요 시설물에 대한 내진 성능을 강화해 나가고, 집중호우로 떠내려 갈 수 있는 다리는 허물고, 300년 빈도 이상의 폭우에도 견딜 수 있는 다리를 놓고 제방도 쌓았다. 또 산사태 위험지역에는 튼튼한 사방댐 건설을 연차별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위험시설이 밀집한 국가산단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이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원전단지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만일의 원전사고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본 계획도 완성한 상태다. 안전 확보를 위한 울산시의 이 같은 노력의 성과물이 바로 'UN방재안전도시' 인증이다.
 
지난 6월 11일 울산시가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으로부터 받은 '방재안전도시(Role Model City) 인증'은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안전에 관한한 울산시사(史)에 남을 획기적인 성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안전을 유지하고 관리해 나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는 점에선 한편으론 부담이다.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계기로 울산을 지속가능한 안전 도시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ICT 기반 홍수재해관리시스템 시연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ICT 기반 홍수재해관리시스템 시연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 ICT기반 선제예방적 홍수관리시스템 구축
방재안전도시 인증은 '재난에 강한 도시 만들기(MCR, Macking City Resilient)' 캠페인에 가입된 도시 중 재난 위험을 감소시키고 재난 복원력에서 모범이 되는 도시를 유엔재난경감사무국에서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재 전 세계에서 MCR 캠페인에 가입한 4,326개의 도시 중에서 51개 도시만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울산이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인증을 받았다.
 
울산시는 지난 2014년에 UN MCR 캠페인에 가입한 이후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재난 안전 정책을 수립·시행한 것이 방재안전도시 선정의 밑거름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가 안전 도시로 가기 위해 그동안 마련한 분야별 대책은 홍수와 지진, 국가산단, 원전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홍수분야에선 2018년 8월 구축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홍수재해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시스템은 태화강 등 주요하천 주변 시가지 침수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을 두고, 선제·예방적 홍수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 인명·재산 보호와 복구비 절감을 위해 구축됐다.
 
실시간수문관측시스템은 수위·영상정보·경보방송·수리시설 등의 데이터를 통합 모니터링해 행정망과 연결된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지역별 강우량 등을 취득·처리·전송하는 기능을 한다.
 
이와 함께 수위관측설비는 태화강 상류와 동천, 청량천 등의 수위 감시 주요지점 12개소에 신설했으며, 이 설비는 회야댐과 홍수통제소, K-water, 농어촌공사 등 총 30개소와 연계 운영된다. 또 우량관측설비는 기존 19개소와 기상청, 홍수통제소 등 유관기관 19개소의 정보와 연계 운영되며, 영상감시설비는 24개소를 신설해 기존의 44개소와 연계했다.
 

울산항 화학물 운반선 재난 대응 훈련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항 화학물 운반선 재난 대응 훈련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전국 최초 지진·방사능 방재종합계획 수립
아울러 배수펌프장 모니터링 설비도 총 23개소와 연계해 태화강 지류의 수위가 올라갈 경우 배수를 위한 운영상황 체계를 개선했다. 이들 연계 시스템을 통해 홍수를 예측할 수 있어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때와 같은 하천 범람과 제방 유실에 따른 가옥·차량 침수 등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의 홍수재해관리시스템 구축에 따른 가장 큰 성과는 태화강 등 주요 하천 11개소에 강우량과 수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해 홍수 대응과 위험 단계별 예·경보를 발령할 수 있어 재난 대응 골든타임을 확보했다는 점을 들었다.
 
안전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성과는 전국 최초로 지진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 주요 기간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지역 맞춤형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한 것을 들 수 있다.
 
지진에 강한 안전도시 울산을 목표로 수립된 울산형 지진방재종합계획은 6대 분야별 전략과 총 68개의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분야별 전략과 과제는 예방, 대응, 복구 3단계로 나눠 교육훈련 안전문화 조성, 정보감시전달 및 조사연구, 내진성능 확보, 구호복구체계 구축, 지진대응 조직역량 강화, 지진연계 복합재난대책 마련 등으로 짜였다.
 
울산시는 이를 통해 지진에 대한 분야별 임무·역할 등 체계적 관리를 통한 지진대응과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국가산단 안전관리 종합계획 수립도 빼놓을 수 없는 안전 과업이다. 이 마스터플랜은 설비 노후화와 화학물질 취급량 증가 등으로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울산국가산단 내 각종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해 오는 2027년 완료를 목표로 수립됐다.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 이행에는 국비 783억원과 시비 244억원, 민자 등을 합쳐 총 1,069억원이 투입돼 4대 추진전략에 걸쳐 총 30개 세부사업이 추진된다.
 
핵심 전략은 재난 시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특수재난훈련센터 건립 등 7개 사업에 456억원이 투입되며, 고위험 공정 상시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한 9개 사업에는 441억원이 투자된다.
 
이와 함께 예방안전인프라 구축 및 안전문화 증진을 위한 8개 사업에 157억 9,000만원이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사고대응 통합컨트롤 체계 강화을 위한 6개 사업에는 14억 7,000만원이 투입된다.
 
 

울산시는 지진, 홍수 등 자연재난은 물론 국가산단·원전 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재난에 대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전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는 지진, 홍수 등 자연재난은 물론 국가산단·원전 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재난에 대비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전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항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 1069억 투입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도
울산시는 이들 추진 과제 중 2018년까지 유해화학물질 주민소산계획 수립 등 9개 과제에 35억 9,700만원을 투입한데 이어 지난해 특수재난훈련센터 건립을 포함한 19개 과제에 129억 2,000만원을 투자했다.
 
이어 올해 사고대응 매뉴얼 보완 등 7개 신규 과제와 18개 계속 사업에 401억 3,500만원을 투입하고, 내년 이후에는 화학물질 안전운송체계 개선 등 신규 과제 4개와 20개 계속 사업에 총 403억원을 투입, 울산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울산시는 지난 5월 원전 소재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방사능재난 시 시민의 신속한 대피를 위한 종합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원전사고 대응 울산시민 대피 시뮬레이션 구축' 용역을 끝냈다. 울산시는 이 용역을 통해 중앙부처의 방사능 재난 시 주민보호 조치를 위한 기술지원 시스템과 연계한 정보공유 체계를 마련했다.
 
또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주민의 신속한 대피를 위해 주대피로와 우회경로를 산정했으며, 장래 개통 예정 도로(2030년까지)를 고려한 '주민소개 예상시간'을 도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울산시는 원전사고 대응 시민 대비 시뮬레이션 구축과는 별도로 지난 2015년 방사선비상계획 구역 확대 이후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비,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 수립과 방사능 방재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써 울산의 대표적인 재난 요인인 홍수, 지진, 국가산단, 원전 사고에 대비한 기본적인 안전 확보 대책은 마련된 셈이다.
 
물론 이들 대책과 시스템은 구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민들이 생활 속에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 홍보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는 이들 하드웨어 안전 대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안전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대형 재난에 대비하면서도 생활 속 안전, 즉 소프트웨어 적인 안전 확보도 뒷받침돼야 비로소 '안전도시 울산'이란 이름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안전에 머물지 않고, 안전을 토대로 건강한 울산을 만들고, 그 위해 행복을 더할 수 있다면 울산은 UN방재안전도시를 넘어 지속가능한 안전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송철호 시장은 "UN방재안전도시 인증으로 울산은 생태산업과 안전이 공존하는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결국 목표는 지속가능한 안전도시인 셈이다.         최성환기자 csh995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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