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린시절, 지금 같은 여름철엔 공기놀이와 숨바꼭질을 많이 했습니다. 철길 앞 동네에 살았는데 동글동글하고 작은 돌을 구하기가 쉬운 까닭도 있었을 겁니다. 마산, 제가 살던 곳에서는 공기놀이를 꼼받기라고 했습니다. 동시집을 읽으며 어린시절 꼼받기를 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강기화 시인은 부산에서 활동하는데 이 시집에는 톡톡 튀는 시, 재미있는 시가 많습니다.
# 공개수업
수업시간마다
다리 떠는 정수도
화장실 간다고 손드는 민제도
책에 낙서하는 솜이도
오늘은 모두
의자에 등 딱 붙이고
똑바로 앉았다
진짜 모습
아무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시를 읽고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개수업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평소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에 더 정이 갑니다. 공개수업은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힘들지만, 그런 시간을 견뎌야 성장할 수 있겠지요.
# 입속에 사는 개
입속에 사는 개가
주인을 닮아서
개판
개망나니
개구신
거친 입속에 살면
개망신
개양귀비
개망초
개쑥부쟁이
고운 입속에 살면
꽃이 된대
'개'로 시작하는 말은 듣기 좋은 말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로 시작하는 말 중에도 고운 말이 많은 걸 보니, 제 머릿속이 거친 게 확실합니다. 불조심만큼 조심해야 할 게 말조심이고, 요즘 저는 글조심도 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꺼진 불 다시 보듯, 쓴 글도 다시 보자!"
좋아하는 가수의 팬이 되어 카페 활동을 하는데 팬들끼리 글조심하지 않아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 모험을 떠나는 시간
밤은
모험을 떠나는 시간
꿈을 꾸면
어디든 갈 수 있지
말썽꾸러기 개구쟁이들의
천국이 지옥이라면
허클베리 핀이 되어도 좋아
이제 불을 꺼
아무도 간 적 없는 길
맨 처음 발자국을 찍으러
우리 함께 떠나자
저도 모험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아이로 돌아간다면 다시 꿈을 꾸고 모험을 떠나겠지요. 아무도 간 적 없는 길도 무서워하지 않고 힘차게 걸을 수 있겠지요. 어제 선바위도서관에서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꿈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꿈을 키워보라고. 아이들이 찍을 맨 처음 발자국을 응원합니다.
"얘들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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