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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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신문
  • 2020.07.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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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담론] 김성태 울산문화재단 축제추진단장

세계 최고의 아트 서커스이자 블루오션(blue ocean)의 대명사였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이 중단되자 늘어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한다.

내한 공연도 여러 번 가진 바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는 최고의 공연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정치·경제·문화예술 등 삶의 전 방위에 걸쳐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최근 문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7월까지 우리나라의 관광과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의 매출 감소 등에 따른 피해액은 총 7조원을 초과했다.

이제 인류는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지역을 막론하고 그동안 대부분의 축제들은 어쩌면 콘텐츠보다는 '관객몰이'에, 축제의 전통과 정체성을 확보하는 작업보다는 눈요기나 놀거리들을 제공하는데 치중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본다.

감동보다는 오락적 요소에 몰입하고, 대중들의 기호와 취향에만 따라가다가 정작 축제가 추구하는 내용은 소실되거나 약해져 온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그릇에 담으려다가 중요한 것은 놓치고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만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축제가 담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언택트의 시대에 과연 문화와 예술, 그리고 축제는 어떤 길을 다시 만들어 내야만 할 것인가.
옛날 장날풍경. 그 곳에선 모든 것들이 다 구경거리였고 진풍경이었다.

원숭이를 몰고 온 약장수, 목판 가득 달콤한 엿을 담고 돌아다니던 엿장수, 고막을 울리던 뻥튀기와 코를 간질이던 방앗간의 고소한 참기름 내, 군침을 돌게 하던 찐빵집, 화려한 색깔의 옷가게와 아이들의 떼를 쓰게 했던 장난감가게까지 모든 것들이 풍요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듯 장터는 상업적인 공간을 넘어서 '축제의 장'이었다. 대장간, 전파사, 국수집, 대포집, 생선가게와 푸줏간, 모든 것들이 모여 각자의 목청을 높여대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나물을 사고 돼지고기도 한 근 끊고, 무딘 낫을 갈고 오랜만에 마주친 마을 친구와 나누는 대포 한 사발에 해 지는 줄 몰랐을 것이다.

시끌벅적한 소란스러움 속에서 사람들은 '소란'의 일부가 되어갔을 것이다.
개별적인 일상이 모여서 조금 더 큰 특별한 일상을 만드는 곳, 장터는 축제의 장소였고 장날은 축제의 날이었다. 그리고 그 소란스러움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축제도 이렇다면 어떨까? 많은 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이 열심히 시민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홍보하면서 공연과 전시를 하고, 시민들은 유쾌하게 작품들 사이를 누비면서 그 작품에 대한 시식도 품평도 해보는 형식의 축제. 볼거리, 즐길거리가 한 군데만 집중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의 걸음마다 다채롭게 펼쳐져서 누구나 취사선택이 가능하게끔 하는 축제, 사람들 자체가 서로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저마다 무언가 해보고자 생기와 활력이 가득한 시간, 사람들 사이의 틈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며 그 틈새로 소란함과 기쁨, 즐거움과 평온함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축제,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설레고 행복해하며 끝나고 나서도 아쉬워지고 다시 그 날이 기다려지는 그런 '축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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