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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방계 이동루트 알려주는 학
고려조부터 울산은 학성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고 보면 울산에는 유난히 학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학성부터 무학산, 회학, 회남, 학남리, 무학들, 비학 등 학과 관련한 지명이 무수하다. 아마도 오래전 울산은 태화강, 동천, 여천천, 회야강, 외황강이 동해로 흘러가며 늪지가 발달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학이 삶의 터전을 잡았는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그 많던 학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다. 물론 오랜 학 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온전한 우리 학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연어가 돌아오고 태화강 하류에 바지락이 살아나고 있지만 학은 무소식이다. 

바로 그 학을 복원한다는 소식이다. 울산시가 울산을 상징하는 학을 학의 본고장인 울산에서 되살리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은 철원평야에서 겨울철마다 관찰되는 철새지만 실제로 텃새처럼 복원한 사례도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오래전부터 학을 복원해 기르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학의 복원에 일생을 바친 박희천 박사는 지난 2017년 울산에 자신이 복원한 학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본지에서는 지난해 창간 13주년 기념사업으로 '학의 고장, 울산에 학을 날게 하자'는 아젠더를 제시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그 결실이 보인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울산시가 구상 중인 학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학의 복원이 아니라 학을 중심으로 하는 공원을 조성해 생태관광을 이끌어 보겠다는 웅장한 구상이다. 그 한 사례가 창녕의 따오기 복원과  충남 예산의 황새 복원이다. 울산시는 이들 사례처럼 울산에도 학을 중심으로 한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은 4만평 부지에 국비 약 15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학계와 민관의 노력으로 현재 황새 100여 마리가 자라고 있는데 이미 전국적인 명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울산에 학이 다시 날아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시베리아 극동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학의 이동 경로 가운데 중간 기착지가 울산이다. 한때 수천 마리의 학이 시베리아에서 날아 울산을 거쳐 일본으로 향했다. 울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역 곳곳에서 울산의 원형을 발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반구대암각화이고 선사문화 1번지인 대곡천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울산은 동쪽 무룡산부터 서쪽 문수산까지 한반도의 광활한 산자락이 동해로 뻗어가는 종착지다. 그 산세에 굽이친 다섯 자락의 강이 동해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은 가히 비경이다. 바로 이 땅을 학은 자신들의 이동 경로 가운데 중간 기착지로 선택했고 아주 오랜 세월을 울산의 산하에서 생애의 절반을 보냈다. 

학이 증명하듯 울산은 생태적으로 원시시대부터 온갖 식생의 보고가 될 자산을 갖춘 땅이다. 그 흔적이 공룡 발자국과 고래유적, 학과 관련한 전설로 남아 이 땅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은 오래전부터 학이라는 신성시된 새의 영역이었다. 아마도 오래전 울산은 태화강, 회야강, 외황강이 동해로 흘러가며 늪지가 발달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학이 삶의 터전을 잡았는지도 모른다. 남구의 삼산벌과 달리는 한때 학의 서식지였다. 문제는 그 많던 학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그 복원을 시작할 시점이다. 태화강에 백리대숲을 만들고 있으니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백리대숲의 킬러 콘텐츠로 학을 세우고 국가정원 상징으로 학의 울음소리를 울산 하늘에 울리도록 해야 한다. 살아 있는 학을 울산 하늘에 날게 하고 도로 곳곳에 학의 울음소리를 소리 콘텐츠로 복원해야 한다. 학의 문양은 고래와 함께 브랜드가 되도록 해야 하고 사라진 이야기와 잊혀진 전설을 복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체류형 관광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정원에 담길 킬러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울산이 학과 친숙한 이유는 학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역사에는 신라 말 박윤웅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박윤웅은 신학성(神鶴城) 장군이라 불리며 학과 관련된 설화가 만들어냈다. 문헌에 따르면 신라 901년(효공왕 5)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박윤웅은 신학성 장군으로 신성시됐고 울산의 곳곳은 학과 관련된 지명이 넘쳐났다.

바로 이 학이 두루미다. 많은 울산 시민들이 학을 백로와 혼동하지만 학과 백로는 완전히 다른 새다. 두루미와 학은 같은 말이지만 백로는 학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도 잘 모른다. 참고로 현재 울산을 대표하는 새는 백로다. 마땅히 학이 울산을 대표하는 새가 돼야 하지만 울산에는 학이 없다. 태화강 십리대숲 한켠에 백로의 집단 서식지가 있다. 여름 한 철 백로 서식지는 요란하다.

여름이 깊어 가면 이 일대는 새로운 생명과 대숲의 녹음이 융합해 신선도원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지금 백로가 빼곡하게 삶을 이어가는 땅은 과거에 학의 주무대였다. 학의 또 다른 이름인 두루미는 "뚜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우는 학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두루미는 라틴어로 그루스, 일본어로 츠루라고 하는데, 이것도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82년 6월 지폐로 사용하던 500원을 동전으로 바꿨다. 바로 그 동전에 새긴 그림이 학이다. 일본에서도 1984년 발행한 천 엔 구권 뒷면에 학이 그려져 있다.

울산에서 학이 사라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단정학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7년 12월 12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한 미나리꽝에서 날개를 다친 상태로 재두루미 1마리가 발견됐다. 겨울 철새로 평소에는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0월 하순부터 월동하는 두루미과는 점차 발견 횟수가 많아지는 추세다. 천연기념물 제202호(1968년 5월 30일)로 지정된 학은 야생에서는 이제 1,500여 마리 남짓하게 남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재두루미 종류로 울산 사람들이 생각하는 머리가 붉은 단정학은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최근까지 울산의 하늘을 날아다녔던 단정학은 북방민족의 이동 루트를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 일본의 들판에 머물렀고 그 영험한 습생에 반한 왜인들이 황홀한 붉은 반점을 자신들이 상징으로 삼았다. 단정학의 머리색은 평소에는 붉은색이지만 기분에 따라 그 면적과 색깔이 변하기도 하며, 화나면 정수리가 더 붉어진다.

왜인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단정학을 신앙시하고 매년 첫날에 두루미가 날아가는 것을 보기를 소원했다. 실제로 일본 중부의 작은 도시인 오카야마 같은 경우는 관광자원이라고는 거의 전무했지만 두루미 복원 이후 관광 콘텐츠가 두루미로 자리 잡아 이제는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명소가 됐다. 몇 해 전 일왕이 두루미가 새해 첫날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러 오자 오카야마는 유사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몰려 며칠 동안 두루미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장기의 문양을 닮은 새라 신성시한 일본은 지난 1956년 중국이 오카야마현에 기증한 단정학 한 쌍으로 두루미 복원에 성공했다. 바로 그 두루미를 지난 2008년 10월, 경북대학교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두 쌍을 기증받아 복원에 나섰다. 100여 마리로 늘어난 8종의 두루미는 이 연구소의 박희천 박사의 노력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울산에서도 학춤으로 유명한 김성수 박사가 박 교수를 연결해 학의 복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 울산으로 데려와 제대로 보살펴 되살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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